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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실망시키는 '평화의 바다'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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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실망시키는 '평화의 바다' 제안

입력
2007.01.0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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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할 때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제안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의 말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외교무대로까지 이어졌음을 확인한 국민의 실망과 허탈이 클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의 제안은 우선 '동해'라는 명칭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려는 민간과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동해의 국제적 명칭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은 단순한 자존심 대결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이미 배타적 경제수역(EEZ) 설정이나 독도 영유권 문제와 강한 상징적 연계를 띠어왔다. VANK를 비롯한 민간단체의 분발과 그에 자극 받은 정부의 관심이 모두 이 때문이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일본해' 대신 '동해'를 정착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땅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반면 양국 간 감정 대립만 커지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의 하나로 '평화의 바다'를 검토할 수야 있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으로 보아 양국 외교 당국의 충분한 물밑 논의를 거쳐야 했고, 어느 정도 물밑 조정이 이뤄진 다음에도 민간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구도로 이끌었어야 했다.

그럴 때만이 '평화의 바다' 제안으로 얻고자 했던 상징성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양국 간은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대통령과 측근의 '사고 실험' 결과를 불쑥 내밀었다.

"공식 의제가 아니어서 일본측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은 더욱 씁쓸하다. 비록 비공식 제안이었다고는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마음먹고 내민 제안이 이렇게 소홀히 다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라의 품격이 간 데 없다.

노 대통령 스스로는 이번 일도 남다른 용기의 발로라고 믿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혜와 결합되지 않은 용기는 만용일 뿐이며, 외교는 국내정치보다 더욱 더 만용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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