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김흥주씨 금고인수 로비의혹 수사가 금융감독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드러난 사건 구도는 2001년 로비 당시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금고국장)이었던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이 김씨의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시도를 도와주고 2억3,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은 김씨가 앞세운 코스닥업체 A사에 지방 금고의 대출을 알선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10억원만 가지고 굴지의 금고를 통째로 인수하려고 했던 김씨의 비상식적 행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어느 정도 풀린 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7일 김 부원장의 금감원 내 사무실과 자택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일단은 검찰 설명대로 김 부원장 영장 청구 혐의를 뒷받침하는 보강증거 확보 차원일 수 있다. 그러나 압수수색 시점이 영장 청구 사후라는 점에서 김 부원장의 추가 금품수수 혐의 또는 금감원 내 다른 간부의 비리가 포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씨의 인맥이 정ㆍ관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수사의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튈 수 있다는 관측도 무성하다.
김씨는 그레이스백화점을 운영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법조계와 정·관계의 고위 인사, 연예인 등 총 45명이 회원으로 있는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일명 형제회)’이라는 봉사모임을 관리했다.
정치인으로는 P씨, H씨 등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 법무장관을 지낸 K씨 등이 꼽힌다. 이중 김씨와 인척관계로 알려진 K씨는 삼주산업의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김씨가 운영하다 부도가 난 계열사 각자대표를 역임한 인사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의 친형이다.
관계에선 총리실의 국장급 고위 간부 1명과 감사원 간부 3,4명이 포진해 있다. 또 검찰 간부로는 김씨 사건 무마 시도로 감찰 조사를 받은 K검사장, 김씨와 돈거래나 사업관계로 엮여 있는 H부장검사, 검찰 출신 B변호사 외에도 검사장급 1명, 부장검사급 2,3명이 추가로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상식씨도 회원이었던 점에 비춰 형제회가 김씨 로비의 발판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씨의 주변 인사는 “검찰 인사 때가 되면 김씨가 청와대를 찾아가 ‘형제회’ 소속 검사들의 인사를 청탁하곤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김씨의 문어발 인맥이 검찰의 이례적으로 신속한 사건처리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기에 불을 끄지 않으면 의혹이 검찰 내부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검찰 주변에서는 ‘형제회’ 회원이었거나 김씨와 친분이 있는 현직 검찰 간부들의 행적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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