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연 의원의 선도 탈당 선언이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의 탈당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식적 신당 논의의 틀인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가동된 와중에 염동연 변수가 터지자 우리당은 복잡하고 혼미한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등 전현직 지도부는 7일 긴급회동을 갖고 염 의원의 탈당을 반대하는 식으로 일단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강경 신당파의 일부 의원들은 추가 탈당을 통한 통합신당 대세몰이가 본격화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쇄 탈당 가능성
신당파의 전체적 분위기는 염 의원의 선언이 섣부르다는 것이다. 탈당 공론화는 오히려 신당파의 명분을 약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신당파는 통합신당으로 가기 전까지는 최대한 이념, 노선, 계파간 갈등을 자제하고 함께 뭉친 뒤 추후에 치열한 논쟁을 벌이자는 ‘협상 우선론’을 채택하고 있다.
‘중도포럼’을 추진 중인 김성곤 의원은 “아직 추가로 탈당하겠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으며 중도실용파들도 아직은 관망 상태”라고 신중한 분위기를 전했다. 재야파 중진인 장영달 의원은 “국민 앞에 난파선의 쥐들로 매도 당해선 안된다”면서 선도 탈당론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연쇄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선도 탈당을 ‘시기상조’로 보는 신당파 의원들도 당내 계파 간의 정치적 합의가 불발될 때는 결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형일 의원은 “2월 전당대회를 통합신당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탈당론이 실행 단계로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당 추진 5개 모임이 개최하는 17일 토론회는 친노세력과의 결별 여부 등이 판가름 나는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추가 탈당 누가 하나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 길, 희망21, 실사구시, 안개모 등 신당파 내 강경그룹에 속한 의원 10~20여명이 2ㆍ14 전당대회 전에 추가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외부 흐름도 탈당 움직임을 부추긴다. 고건 전 총리측은 염 의원이 내주 중 귀국하는 대로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동요하는 의원들 중에는 호남권과 수도권 출신이 많다. 우선 광주ㆍ전남 출신 의원 8~9명이 거명된다. 이들은 염동연 의원이 먼저 무소속으로 나가 민주당측과 통합 논의를 벌일 경우 민주당의 지역 위원장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우리당 간판으로 차기 총선을 치르는 게 비관적인 상황에서 염 의원의 동참 제의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안영근 의원 등 친 고건파의 합류가 추가 탈당의 물꼬를 틀 것이란 예측도 많다. 안 의원과 가까운 수도권의 L, M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최근 실용보수 노선을 분명히 하며 김근태 의장과 ‘좌파 논쟁’을 불사한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전북 군산 출신인 강 의장은 고향이나 정치 성향 면에서 고건 전 총리와 공통점이 많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임종석 의원의 행보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해 2ㆍ18 전대에서 당 의장 경선에 출마, 염동연 의원의 지원을 받은 인연을 갖고 있다. 임 의원 외에도 서울 지역 의원들의 탈당 결심 여부는 대세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탈당) 시기에 대해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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