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왕’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일본 닛신(日淸)식품 회장이 5일 오사카 이케다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6세.
1910년 대만 출생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차대전 종전 후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위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48년 닛신식품을 설립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추운 밤 라면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을 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기로 작정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해서 58년 그가 개발한 것이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 라면’이다. 그의 나이 48세 때다. 당시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신용조합이 도산하면서 무일푼의 신세가 됐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집 마당에 창고를 개조한 3평짜리 실험실을 차려놓고 라면 개발에 매진했다.
모든 사람들이 밀가루 면을 건조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웃었지만, 그는 어느날 아내가 튀김을 만드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면을 기름에 튀겨 부패하지 않게 하는 ‘순간 유열 건조법’에 착안했고, 노력 끝에 인스턴트 라면 개발에 성공했다.
라면 개발에 대한 안도 회장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71년 물을 붓기만 하면 되는 ‘컵 라면’을 세계 최초로 개발, 식품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2005년 7월에는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의 일본인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野口聰一)를 위해 ‘스페이스 라면’을 개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도 회장은 당시 이 라면을 선보이면서 “라면이 우주에 갈 수 있다는 내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99년에는 이케다에 ‘라면 박물관’을 세워 자신의 라면 사랑을 전파했다. “먹거리가 풍부해야 인류에 평화가 온다”는 신념으로 라면 개발에 평생을 바친 그는 닛신식품을 매출 27억 달러의 회사로 성장시켰으며 200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라면은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857억개가 팔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세계라면협회(IRMA) 총회 회장 자격으로 방한한 안도 회장은 당시 라면의 위해성 논란에 대해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먹은 내가 이렇게 장수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해 화제가 됐다. 그는 최근까지 매일 점심으로 자신이 개발한 ‘치킨 라면’을 먹었으며 한 해 100번 정도 골프 라운딩을 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일본의 한 언론인은 안도 회장을 ‘일본 전자산업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마쓰시타(松下)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와 같은 업적을 남긴 위대한 식품 개발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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