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정시 모집 논술고사는 대학들이 내년부터 논술 비중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터여서 큰 관심을 끌었다. 3일부터 엊그제까지 나온 논술 문제들을 검토한 결과 전반적으로 교과서 지문 활용이 많고 논제가 평이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역사가 오래고 정평이 있는 유럽의 대입 논술 등을 고려할 때 논술 문제는 우선 수험생이 문제를 읽고 어떤 주제를 어떻게 쓰라는 것인지 출제취지를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결과는 수험생의 사고력과 창의성, 글쓰기 능력 등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과거 일부 대학이 낸 문제들의 경우 대학교수나 전문가가 읽어도 무슨 얘기를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거나, 대학원생 정도가 꼼꼼히 읽어야 할 어려운 책을 제시문으로 남발해 논술 혐오증을 일으켰다.
이런 출제는 문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출제자의 수준에 문제가 있음을 입증할 뿐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대학의 논술 시험 강화 방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이런 과거 사례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연세대 논술 고사의 경우‘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으며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 사회현실의 예를 들어 논술하라’고 출제했다.
사전에 제시문을 안 읽어본 학생이라도 출제자가 무슨 고민을 해 보라고 주문한 것인지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사회갈등의 해결 방안’을 논하라고 한 경희대 문제도 수험생들이 소양에 따라 나름대로 답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올해 논술 시험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지만 이런 식이라면 평소 책을 많이 읽고 꾸준히 준비한 학생은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학들이 논술 고사의 방향을 미리 널리 알리는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학교에서도 논술 지도에 좀더 신경을 쓴다면 논술 시험이 논리성과 창의력, 글쓰기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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