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6시께 휴가병 김민수(22) 병장과 박용현(22) 상병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중학교 동창으로 절친한 친구지만 각기 육군사관학교 근무지원단과 육군8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둘은 지난해 말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나와 즐거운 연말연시를 보내는 중이었다.
“어… 어… 아저씨, 안돼요.” 김 병장과 박 상병은 거의 동시에 소스라치며 외쳤다. 길가 주유소로 들어간 한 40대 남성이 주유기를 틀어 온 몸을 기름으로 적신 채 라이터 불을 켜는 모습이, 분신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직원들은 추위를 피해 사무실로 들어간 듯 주유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 병장, 박 상병과 눈이 마주친 이 남자는 기어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고 순식간에 화염이 온 몸으로 번졌다.
미처 손 쓸 겨를이 없었던 휴가병들은 우선 주유기를 멀리 치우고 119에 전화를 거는 한편, 사무실에서 뛰쳐나온 주유소 직원들과 함께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다. 하마터면 불이 주유소 전체로 번져 대형 참사가 빚어질 뻔한 상황이 두 병사의 신속한 대응으로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대형 참사를 막은 휴가병들의 ‘무용담’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이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불길 속으로 뛰어든 두 장병>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박 상병은 “머리 속으로 ‘이제 나도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분신을 기도한 남성은 심한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인데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불길>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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