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칼럼] 미국의 부자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 미국의 부자들

입력
2007.01.07 23:46
0 0

크리스마스부터 정초에 걸친 연휴기간 동안 월스트리트를 뜨겁게 달군 화제는 단연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말보너스였다. 금융회사들이 유례없는 실적잔치를 벌이면서 월스트리트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스타급 펀드매니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보너스를 받았다. "모건스탠리의 존 맥 회장은 4,000만 달러를 받았다더라.

그러나 이조차도 골드만삭스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이 받은 5,400만 달러에는 어림없는 액수다. CEO보다는 펀드매니저다. 몇몇 펀드매니저들은 1억 달러를 훨씬 넘었다더라…"

●월스트리트 연말보너스 대소동

얘기는 연예인 스캔들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와 CNN은 하루 걸러 한두 건씩 이들의 기사를 싣느라 숨이 가쁠 지경이었다. 보너스 '대박' 소식은 곧바로 이들의 씀씀이에 대한 가십성 기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뉴욕시 일대에 명품 페라리 승용차가 동이 나고, 맨해튼 어퍼이스트의 1,00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아파트는 없어서 못 판다는 등, 가히 요란법석을 떨었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블랭크페인 회장이 보너스로 받은 돈은 연간 4만6,326 달러를 버는 미국의 소득순위 중간층 1,059개 가구 4,236명이 1년간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돈"이라며 "(미국 사회 내의) 어딘가, 또 누군가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동은 윤리논쟁을 떠나 엄청난 자본력으로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미국의 진짜 부자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사실 월스트리트의 CEO나 스타급 펀드매니저라고 해봐야 궁극적으로는 누군가의 돈을 대신 운용해주고 그 이익금의 몇 퍼센트를 먹는, 자산운용대리인에 불과할 것이다. 이들의 연말보너스가 1억 달러라면, 월스트리트 '큰 손'들의 자산은 대체 얼마나 된다는 것인가.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는 1999년에 쓴 <미국의 경제지배자들> 에서 "98년 <포브스> 가 선정한 억만장자 400명 가운데 미국 역사상 최대 부호 40인에 드는 사람은 빌 게이츠 등 단 3명에 불과했다"며 '19세기 이래 막대한 자산을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상속인 집단'을 미국의 진짜 부자들로 꼽았다.

●진짜 큰손은 물밑 '유산상속인 집단'

예를 들어 최초의 유산 발생시점부터 국민총생산(GNP) 증가율과 다우존스 수익률 등을 반영해 추산한 미국 호텔왕 존 제이콥 에스터 일가의 98년 기준 자산은 1조6,459억 달러(한화 약 1,600조원)이다.

이는 당대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지난해 자산총액 530억 달러의 30배가 넘으며, 포브스가 추산한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공식자산 66억 달러의 250배에 달한다. 투자자로 변신해서 이젠 미디어의 레이더망에조차 걸리지 않는 진짜 부자들로 히로세는 에스터 일가 외에 록펠러, 밴더빌트, 멜런, 듀퐁, 모건 일가의 후손들을 꼽았다.

수면 아래에서 우리나라 증시(시가총액 약 750조원) 상장기업 전체를 단숨에 사버릴 수도 있는 큰 손들이 은밀하게 꿈틀거리는 나라, 이 거대하고 알 수 없는 나라가 우리 옆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두렵게 느껴진다.

장인철ㆍ뉴욕특파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