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 관중 지음ㆍ김필수 등 옮김 / 소나무 발행ㆍ1,064쪽ㆍ3만8,000원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관중(管仲ㆍ기원전 725~645)은 고사성어에나 나오는 신비한 존재만은 아니다. <삼국지> 의 제갈량이 흠모했고 <논어> <맹자> 에서 인물 평가의 대상으로 나온, 춘추전국시대 최고 정치인 가운데 한명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는 알아도 관자는 잘 모른다. 그는 어떤 인물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맹자> 논어> 삼국지>
관중은 몰락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생계를 위해 젊은 시절부터 여러 나라를 돌며 장사를 했는데 그 때 각지의 지형ㆍ민속ㆍ경제ㆍ정치상황 등을 익혔다. 친구 포숙아(鮑叔牙)와 장사도 같이 하고 전쟁에도 함께 참전했는데 이런 인연이 관포지교라는 고사를 낳았다.
그의 사상을 모은 <관자> 가 완역됐다. 부분 번역은 있었지만 완역은 처음이다. 관자 사상은 한마디로 실용주의다. 인간의 이익 추구 본성에 기초해 정치 경제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성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풍요롭게 사는 것을 정치의 우선에 두었다. 부민(富民)을 통한 부국(富國)을 지향하고 사농공상 종사자들이 직업별로 모여 살도록 함으로써 서로 도우며 전문성을 강화, 경쟁력을 높이도록 했다. 그가 추구한 것은 공허한 유토피아도, 한비자의 법가와 같은 냉혹한 현실주의도 아니었다. 관자>
그의 실용주의적 태도는 춘추전국시대의 대혼란 속에서 난세를 극복하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였다. 그는 포숙아의 천거로 제(齊)나라의 재상에 오른 뒤 나라를 제후국 가운데 최강국으로 만들고 중국 천하를 움직였다.
그러나 도덕과 예의를 절대시하는 유교적 눈으로 볼 때 관중은 세속적 인물에 불과할 수 있다. 성리학을 추종한 조선 유학자들도 그를 정당하게 평가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우리에게 관중은 고사 속 존재에 그쳤다.
경제적 번영에 매달리는 중국에서는 지금 그에 대한 평가가 매우 후하다. 중국 인민일보 웹사이트는 2005년 ‘공자를 중시하고 관자를 경시한 것이 중국 역사의 최대 비극’이라고까지 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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