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소액주주가 “전 회장의 잘못된 경영 판단 탓에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전 회장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 소송에서 승소했다. 주주대표소송이란 이사와 감사 등 회사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김재복)는 5일 제일약품 소액주주 허모씨가 한승수 전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회사에 2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2003년 말 제일약품 회장이자 자회사 제일메디텍의 최대주주였던 한씨는 제일메디텍이 은행으로부터 23억원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연대보증을 섰다. 하지만 직후 제일약품은 이사회를 열어 제일메디텍이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받을 3억원과 기존 23억원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한씨는 23억원에 대한 연대보증 채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제일메디텍은 2004년 초 부도가 났고 제일약품은 모 은행에 20억원의 보증 채무를 변제해야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씨는 제일메디텍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연대보증을 설 경우 제일약품이 돈을 대신 갚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제일약품이 연대 보증을 서도록 해 회사에 2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씨가 연대보증할 회사의 재정 상태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지만 제일메디텍의 성장가능성이나 장래 채무상환 능력 등을 살펴보는 등의 의무를 소홀히 했고 또 제일메디텍의 좋지 않은 자금 사정을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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