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한반도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상정한 공동작전계획과 자국민 대피 계획 수립에 착수했음을 일본 정부가 5일 공식 인정했다. 일본 정부가 남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의 무력공격에 대비한 공동작전계획 및 주변사태에 대응하는 상호협력계획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이 이전부터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오자키 장관은 “만일의 사태를 위해 준비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라며 미일 민간인의 대피를 위해서도 양국이 공조체제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도 “미일 상호협력계획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체류하는 일본인 2만명과 관광객을 어떻게 대피시키느냐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아소 장관은 또 한반도 유사시 “북한으로부터 난민의 일본 유입이, 그것도 무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난민의 유입이 예상된다”며 “그런 사태와 관련해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으로 들어올 난민의 수를 10만~15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동작전계획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항만 및 영공의 사용과 자위대의 미군 후방지원 등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자위대와 주일미군이 발족한 공동계획검토위원회(BPC)가 작성 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올해 가을까지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양국 정부는 지난 2002년 한반도 유사를 상정한 개념계획 ‘코드명 5055’를 수립했지만 여러 제약 때문에 실행력 측면에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일 민간인 대피계획은 대피한 미국인을 일본이 일시적으로 수용해주는 대신, 미군 항공기와 함대가 일본인 수송에 협력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 수송기와 수송선의 활용도 검토하고 있으며, 대피 민간인을 받아들이는 공항ㆍ항만의 선정과 원활한 관세ㆍ출입국ㆍ검역 절차 만들기 등을 서두르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보도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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