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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아이에게도 정말 '좋은 책'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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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아이에게도 정말 '좋은 책'이었을까

입력
2007.01.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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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딸 동아와 데이트 하는 날이다. 솔직히 토요일에 퇴근해 오면 내쳐 일요일까지 쭉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엄마 노릇 제대로 해보자 싶어 만든 약속이다. 언제부턴가 이날은 으레 큰 서점 가는 날이 됐다.

그런데 우리의 첫 서점행은 유쾌하지 못했다. 한 주가 가기 무섭게 새로 펼쳐지는 신간 속에서 ‘좋은 책’ 찾겠다고 욕심껏 돌아다니는 엄마, 슬렁슬렁 책 겉장만 넘겨보고 다니던 딸이 어쩐 일인지 환하게 상기된 얼굴로 다가왔다.

“골랐니?” “엄마, 꼭 갖고 싶어요. 사주세요. 네?”

동아가 품에 안고 있다가 내민 책이란, 바로 <***게 딱 좋아>라는 만화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이에게 바로 쏘아 붙였다. “너는 어쩌면 그런…”

닭똥 같은 눈물을 쏟던 아이. 혹시 내가 화난 건 자존심 때문 아니었을까? 명색이 어린이도서관 관장인데, 마땅찮은 책을 내밀고 계산하는 내 모습이 싫었던 건 아닐까? 아니, 그보다는 고급스런 편견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가려 먹여주겠다는.

어쨌거나 나는 아이를 제압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좋은 책’을 안겼다. 그 불행한 순간, 아이에게 그 책은 정말 ‘좋은 책’이었을까?

며칠 뒤, 딸아이 가방에서 문제의 <***게 딱 좋아>를 다시 보았다. 그것도 시리즈로 두 권이다. 그만 웃음이 나왔다. 친구 것을 빌려왔단다. 며칠이나 기다려서.

“그렇게 좋니? 그렇게 재미있어?” 저도 엄마가 웃었다고 느꼈던지 그간 숨겨놓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엄마, 웃긴 얘기 해줄까요? 무서운 얘기 해줄까요?” 살살대는 아이 앞에서 내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그래, 그것은 문화다. ‘개콘’이나 ‘웃찾사’가 요즘의 문화이자 소통 방식이듯. 또래에게서 따돌림 받고 싶지 않은 아이는 엄마가 허락하든 하지 않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것을 가지려 한다. 내게도 교실 안에서 선생님 눈 뒤로 돌려보던 만화책 캔디가 있었다. 하이틴 로맨스를 읽지 않고는 친구들 수다에 끼지 못했던 여학생 시절도 있었다.

어찌할까? 인정해줘야 할, 분명한 문화다. 그것이 우리 아이에게 ‘주’가 되지 않으면 된다. ‘all’이 아니면 된다. 난 그렇게 믿는다.

어린이도서관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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