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지음 / 경덕출판사 발행ㆍ223쪽ㆍ1만원
나와 남의 이해가 상충하고 개인과 집단의 가치가 충돌하며 과거와 현재가 부조화를 이루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자칫 갈피를 못잡고 허우적거리다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여느 때라면 무심히 내릴 일상적 결정도 이제는 힘든 판단을 거쳐야 한다.
소설가, 시인 그리고 사회비평가로 활동중인 복거일의 산문집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도덕과 규칙이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는 말을, 조용하면서도 편안하게 하는 책이다. 현명하게>
산문집에는 효(孝), 영어, 황사현상, 과학소설, 교육, 바둑, 환경, 커피, 고향, 예술 등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여러 소재에 대한 차분하고 담담한 생각이 묶여 있다. 거기에 딸에게, 젊은 장교에게 보내는 편지가 추가되고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 , 심지어 학습 참고서에 대한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 노예의> 로빈슨>
그의 이념 세계를 특징짓는 보수주의적 성향이 간혹 그것도 약하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일상에서 보는 다양한 소재 혹은 현상에 대한 따뜻한 성찰과 작은 비판이 조용하게 들어 있다. 그런 생각들을 모아 보면, 저자는 결국 도덕과 규칙은 지키는 것이 어기는 것보다 낫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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