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성과급을 둘러싸고 불거진 현대차의 노사분규가 국제 경제계에서도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 외신이 ‘고질병이 또다시 도졌다’는 식의 부정적 보도를 내보내고 있으며, 토요타와 GM 등 경쟁 업체들은 표정관리를 하면서 ‘현대차의 불행’을 자신들의 행운으로 삼으려는 듯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현대차 노조의 파업 위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파업 때문에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도, 노조가 성과급을 요구하는 황당한 일(Irony)이 현대차에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FT는 또 “현대차 전주 공장에서는 수출 물량이 6개월이나 밀려 있는데도, 근로자들이 ‘시간외 수당이 줄어든다’며 2교대 근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FT는 “현대차는 환율 하락 등에도 불구, 지난해 임금을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두 배인 5.1%나 올려 줬는데 근로자들의 계속된 요구로 곤경에 처했다”며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노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했다.
로이터도 회사와 노조측의 입장을 모두 전달, 형식상으로는 중립적 입장을 취했으나 “세계 6위에 머물고 있는 현대차가 5위 업체로 도약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불안한 노사관계”라며 노조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도 “환율 하락으로 고전중인 현대차가 노조 때문에 2007년에도 힘든 해를 보내게 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현대차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 사이 토요타와 GM, 르노ㆍ닛산 등 경쟁업체는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 증가 폭(2% 포인트)이 기아차 전체 점유율(1.8%) 보다 높은데도,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원가절감 대책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토요타 와타나베 회장은 “남들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기존 ‘카이젠(개선) 방식’으로는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며 “부품 숫자를 기존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공정을 줄이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GM도 연초부터 토요타와의 제휴 강화를 선언했으며, 닛산은 친환경 디젤차와 하이브리드카, 연료 전지차를 잇따라 개발해 2010년에는 이 분야 선두주자로 올라서겠다는 ‘그린 프로그램 2010’을 발표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현대차 노조가 계속 가지 말아야 할 길만 골라서 가면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5’ 진입은커녕 자동차산업의 기반마저 송두리째 와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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