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북한을 탈출한 납북 선원이 중국의 한국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푸대접을 받았다는 하소연은 듣기 안쓰럽다. 얼마 전 주중 대사관 직원이 탈북 국군포로를 냉대, 물의를 일으킨 것과 함께 재외공관의 탈북자 대응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애초 까다로운 일인만큼 업무처리 절차 등에 분명한 지침을 마련하고 성의를 다해야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1975년 납북된 오징어잡이 어선 선원 최욱일씨는 남쪽에서 어렵게 탈출자금을 마련한 부인의 도움으로 지난달 북한을 벗어난 뒤 부인과 만나 선양 (瀋陽) 영사관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탈북자 담당과 이내 연결되지 않아 여러 차례 애쓴 끝에 겨우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
그러나 담당직원은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일반전화로 다시 걸게 한 뒤 신원을 묻고는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영사관측은 다음날 조치를 취해 국내 송환절차를 밟고 있다지만 부인의 하소연을 듣는 국민은 영사관의 안이한 자세가 개탄스럽다.
최씨 부부가 조급한 마음이 앞서 영사관의 예사로운 듯한 대응에 분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몇 십년이나 가족과 헤어져 북한에 억류됐던 최씨와 오매불망 그리던 남편을 스스로 구해낸 부인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그저 불친절한 응대를 사과하는데 그칠 일이 아니다.
탈북자의 도움 요청을 받으면 담당을 찾을 것 없이 즉각 공관 책임자와 외교통상부 본부에 보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남북대치의 틈바구니에서 억울하게 삶을 희생한 국민을 위한 국가의 도리이고, 갈수록 늘어날 탈북 행렬에 지혜롭게 대비하는 길일 것이다.
북한동포 지원은 꺼리면서 탈북자 문제에만 인도주의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재외공관의 소홀한 대응에 곧장 '정부가 국민을 내팽개쳤다'고 흥분하는 것은 더러 눈에 거슬린다. 그러나 그런 위선이나 과잉반응을 탓하려면 탈북자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재외공관의 그릇된 행태부터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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