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신이 펴낸 시집 <야하디 얄라숑> 에 23년 전 제자가 쓴 시를 도용(5일자 A1면)해 물의를 일으킨 연세대 마광수 교수가 또 다른 남의 작품을 베껴 같은 시집에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하디>
출판사 해냄 관계자는 5일 “지난해 4월 시집이 나온 뒤 마 교수가 연락을 해 와 376쪽에 있는 <바이올린> 이라는 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이미 2판을 찍은 상태라 다음 판부터 시를 빼자고 이야기가 됐고 마교수가 당사자와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집은 2판까지만 나왔다. 바이올린>
마 교수는 “2005년 중반 한 주부가 ‘평가해 달라’고 작품을 보내 왔다”며 “아이디어가 괜찮고 해서 2005년 말 본인에게 ‘내 시집에 내도 되겠느냐’고 했고 괜찮다고 해서 마지막 연을 손 본 다음 실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시집이 나온 다음 이 주부가 ‘동의 없이 왜 작품을 실었느냐’고 따져 할 수 없이 출판사에 뒤늦게 이야기했다”며 “이후 ‘분명히 양해를 구했는데 왜 그러냐’고 따졌고 그 주부가 미안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도용 혹은 도작이라고 규정했다. 시 평론가 서울여대 이숭원(국문학과) 교수는 “양해를 구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자신의 시집에 실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또 일부를 고쳤다고 하는데 기존 작품을 완전히 재해석해 다시 창조하는 것이면 몰라도 이 경우는 명백한 도작”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어린아이의 글이든, 가정주부의 글이든 다른 사람의 글이라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마 교수의 행동은 우리사회가 도작이나 표절에 얼마나 둔감한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이어 도작 사실이 드러나자 연세대는 “진상을 파악해 사실일 경우 마 교수에 대한 징계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출판사 해냄은 시중에 있는 시집을 전량 회수해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인터넷 포털 등에는 마 교수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일부를 인용해도 문제인데 전체를 베꼈다는 점에서 마 교수의 양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머리부터 / 징을 박아
옴짝달싹 못하게
쇠줄로 묶었다
남은 일은 / 켜는 활과
조금씩 맞비벼
쾌락의 맛을 아는 것
심장 도려낸
퀭한 가슴으로
무참히도 할퀸
무표정의 / 멜로디
희열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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