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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호섭 동시집 '놀아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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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호섭 동시집 '놀아요 선생님'

입력
2007.01.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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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행복이 찾아왔어요"남호섭 글ㆍ이윤엽 그림 / 창비 발행ㆍ124쪽ㆍ8,000원

“교사로 살다가 힘겨울 때, 나는 시인이지 하면서 얼른 시 뒤로 숨었다. 시인으로 살다가 부끄러워질 때, 그래 나는 교사지 하면서 학생들 뒤로 숨었다. 이렇게 이쪽저쪽 숨어 살기로만 십여 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교사와 시인이 내 삶에서 덜컥 하나가 되는 순간이 있었다. ‘간디학교’에서였다.”(서문에서)

정말 좋은 시는 동시와 시의 경계를 지운다. 소월이 그랬고, 지용이 그랬다. “손을 쭉 뻗어/ 검지를/ 하늘 가운데 세웠더니/ 잠자리가 앉았습니다.// 내 손가락이/ 잠자리 쉼터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었습니다.// 내가 나뭇가지가 되었습니다.”(<잠자리 쉼터> ) 같은 시를 두고 ‘단지’ 동시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첫 동시집 <타임캡슐 속의 필통> 의 여러 작품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남호섭 시인이 12년 만에 두 번째 동시집을 냈다. “내가 나를 피해 달아나지 않아도 되는 행복이 찾아왔다”는 간디학교로 옮긴 후 ‘저절로’ 씌어진 시들이다. 제도권 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경남 산청군의 대안학교로 간 그는 “아, 이렇게도 교육이 되는구나 날마다 기뻤”던 날들로부터 시를 길어올려 흐뭇한 웃음과 함께 ‘행복 바이러스’를 뿌려준다.

삶이 그 자체로 시가 된 그곳에서 그는 “동시와 시의 차이를 금세 잊어버렸다”고 했다. 중ㆍ고등학생들을 바라보며 살다 보니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의 눈으로도 시를 썼고, 때때로 나이를 잊은 무구한 어른이 불쑥 화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다같이 모여 식은 밥을 비벼 먹으며 “서로 바라보며 웃는데/ 이에 고춧가루가 끼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안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한 식구가 된 듯했습니다.”(<한솥밥 먹기> )라고 노래할 때, 동자승처럼 머리를 박박 깎은 청란이가 “다음날 친구들하고 목욕탕 가서/ 목욕하고 나와 옷 입기 전/ 할머니 한 분이 조심스레 물으셨다.// 어느 절에서 오셨어요? 청란이 잠깐, 울물쭈물하다가 말했다. 기숙‘사’에서 왔습니다.”( <기숙사-간디학교 9> )고 노래할 때, 사람은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가.

시집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울타리도 없지만!) 사람살이의 주름들을 휘젓고 다니기도 한다. <봄> 은 “어느 키 작은 아이가/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오줌이 마려웠나 보다.// 골목 안 담벼락에/ 반쯤 펴진 우산 모양을/ 그려 놓았다.// 거기에서도/ 아지랑이 피어난다.”고 노상방뇨를 시적 황홀의 순간으로 변모시킨다. 늑장부린다고 버스 기사에게 늘 혼나던 할머니 승객들이 주인공인 <시골 버스 바쁠 게 없다> 는 “하루는 몰던 차 세워 두고/ 동네에서 물 좋기로 이름난/ 명훈이네 물 받으러 간 기사 아저씨 들으라고/ 차에 타고 있던 할머니들/ “차비 깎아야 한다!” 소리치셨다.”며 ‘권력 역전’의 순간을 구수하게 포착해낸다.

해설을 쓴 신경림 시인은 “시를 읽으며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워즈워스의 말을 ‘동시는 시의 아버지’라는 말로 바꾸고 싶어졌다”고 평했다. 재치 넘치고 정겨운 목판화가 이윤엽씨의 삽화들이 동시들의 흥취를 배가시킨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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