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실수 때문에 호적상으로 10년 전 사망 처리된 40대 남성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부활’하게 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노숙인 손모(45)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중구 청계7가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와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사고를 접수 받아 처리하던 경찰은 손씨가 1997년 4월 동대문구 제기동 거리에서 이미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조사 결과, 경찰은 당시 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년 남성의 주머니에서 나온 쪽지에서 손씨 가족의 연락처를 발견하고 전화를 걸어 사망소식을 통보했다. 가족도 손씨가 젊었을 때 집을 나가 버려 관계가 소원했던 탓에 아버지는 물론 동생조차도 숨진 남성을 형으로 알고 시신을 인수해 장례식을 치렀다.
가족들까지 자기 가족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경찰은 지문 채취 등 기본적인 신원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멀쩡한 사람이 숨진 것으로 기록됐고 실제로 길에서 숨진 사람은 영원히 자신의 가족들을 찾지 못하게 됐다.
손씨는 이번 교통사고 때문에 경찰의 도움을 받아 주민등록을 회복, 법적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손씨가 버려둔 옷을 숨진 사람이 주워 입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손씨 가족들까지 죽음을 인정하는 상황이어서 당시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변사처리에 필수적인 지문을 채취해 놓지 않아 숨진 남성의 진짜 가족을 찾지 못하게 한 데 책임을 물어 당시 수사 담당 형사를 인사조치하고 계고 처분을 내렸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