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동생 없어, 죽었어"안 훠쉬린드 지음·최선경 옮김 / 고려원 북스 발행ㆍ48쪽ㆍ8,500원
어느 날 남편(아내)에게 다른 여자(남자)가 생긴다면? 그 충격과 질투, 스트레스가 상상이 가는지.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인고 하니, 동생을 갖게 된 아이의 마음도 다르지 않단다.
책은 유년의 최초이자 최대 시련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인가 엄마는 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더니 풍선만 해진다. 터지면 어쩌나 하고 있는데 배가 홀쭉해지더니 쭈글이 갓난아이가 나타난다. 하루아침에 모두의 관심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빼앗긴 나. 여기까진 너무나 익숙한 줄거리. 하지만 부모의 대응이 좀 다르다. 잠자는 동생을 보고 “나 이제 동생 없어요. 죽었어요”라고 외치는 나를 엄마는 꼭 안아준다. 오랜만에 아빠는 나를 데리고 단 둘이서 놀이터에 간다. ‘내가 아직 어리다’는 걸 이해한 것이다.
주워들은 육아 지식과도 맞아 떨어진다. 동생을 본 큰 아이는 종종 퇴행이나 분노를 드러내는데, 이때 말 한 마디가 중요하다고 한다. “누나가 되어 가지고 왜 그래”는 아니다. “동생이 너무 밉구나”라며 그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게 해주는 게 정답이다. 큰 아이는 서서히 달라질 수 있다. 주인공 ‘나’가 동생이 자라는 걸 느끼고, 동생에게서 위로 받을 수 있고, 동생이 있어 무섭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물론 남매는 종종 혈투(?)를 벌이지만 서로의 존재는 이미 긍정으로 바뀌어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정도는 달라도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인만큼 같은 내용을 다룬 책은 많다. 하지만 참고서가 많다고, 한 번 이해됐다고 삶이 술술 풀리던가. “언니가 돼 가지고 왜 동생을 못살게 구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책은 아이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가 나라면 안 그러겠어요?”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