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세금 탈루 의혹은 일견 매우 단순한 사안으로 보인다. 변호사 시절 소득세 납부를 세무사에게 일괄 의뢰했는데 그 쪽 직원의 실수로 일부 소득이 누락됐으며, 언론의 문제 제기로 비로소 이 사실을 알고 뒤늦게나마 세금을 다 냈다는 것이 이 대법원장의 해명이다.
일부에서는 적지 않은 탈루소득 액수와 소득신고 절차 등을 들어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으려 하지만 우리는 평소 입만 열면 법과 원칙, 특히 청렴을 유난히 강조해 온 이 대법원장인 만큼 설마 그가 이러한 세금 탈루 사실을 알고도 지나쳤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논란에 휩싸이는 이 대법원장의 처신은 개운치 않다. 따져 보면 문제의 수임료를 받은 곳이 ㈜진로의 인수·매각 과정에서 거액의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킨 골드만삭스의 유령계열사라는 점도 떳떳할 게 없고, "단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직을 그만두겠다"던 당당한 호언이 영 머쓱하게 된 것도 그렇다.
돌이켜 보면 그가 대법관 퇴임 후 단 5년 동안 무려 400여건의 사건을 수임해 6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소득을 올린 점, 그 사건들의 태반이 대법원 사건이었다는 점 등도 새삼 씁쓸하다. 신분이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논리로 처신해 온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번에 확인된 세금 탈루 사실이 (대법원장)직을 그만 둘 정도의 사안이라고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유감 표명 정도로 가벼이 끝낼 일은 또한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대법원장은 지난 해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라"느니 "변호사들의 자료는 상대를 속이려는 문서"라느니 하는 등의 말로 법조계 전체를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게 한 전력이 있다.
그가 강도 높게 추진하고자 하는 사법개혁도 이런 식의 경박한 언행 때문에 그 취지나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법원장은 앞으로의 무겁고도 신중한 처신을 다짐하는 뜻에서도 정중히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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