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형 장면 동영상 유포 등으로 ‘후세인 처형’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미국의 주요 당국자들이 “미국은 처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발빼기에 급급하고 있다. 더욱이 후세인 처형이 이라크내 종파간 내전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조짐이 일면서 이러한 갈등과 충돌의 책임을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떠넘기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문제의 처형 동영상 유포에 대해 이라크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자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3일“이라크는 주권 국가며 이라크 정부는 그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바를 행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스콧 스탠즐 백악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부시 대통령이 봤냐는 질문에 대해 “보지 않았으며 거기에 관심의 초점이 있지 않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또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윌리엄 칼드웰 소장은 이날 미군은 후세인의 교수형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만약에 관여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처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칼드웰 소장은 “만약 사형시점에 미국이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있었다면 우리는 다르게 일을 처리했을 것”이라며 “미군은 휴대전화 소지를 포함, 사형 집행에 관한 모든 보안 대책을 이라크 정부에 넘기고 손을 뗐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 정부가 후세인 처형 시기와 절차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처형의 절차 및 시기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그들은 분명히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이라크측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관리들이 이슬람 명절에 사형을 집행하는 시기상의 문제와 처형 후 서명자 등 일부 절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의 발빼기와 관련해선 미국은 이라크 말리키 총리가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자진 사퇴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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