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4일 실업고에 선물을 하나 줬다. 명칭을 전문고로 바꾸는 내용의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이다. 학교 이름에서 '실업'이라는 글자를 빼면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고 지원율도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설문에서 "실업고라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사회 분위기상 실업고의 전문고 전환은 충분히 타당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선 실업고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 실업고 교사는 "돈이 없어 40평 규모의 CAD(컴퓨터 활용 설계)실에 냉ㆍ난방기를 달지 못하는 바람에 여름엔 찜통 속에, 겨울에는 추위 속에 실습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업고"라며 "재정지원이 제대로 안되는데 이름만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말했다.
사실 그렇다. 시ㆍ도교육청이 실업교육에 쓰라고 편성하는 재정은 해마다 줄고 있다. 2004년 1,807억원에서 2006년에는 1,481억원으로 20% 가까이 감소했다. 전북도교육청은 2004년 78억원에서 2006년 17억원으로 무려 80%나 줄었다.
왜 일까. 실업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교육 예산은 우선순위가 떨어져 다른 분야 편성이 모두 끝나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실업고 주변에서 정설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교육부는 더 딱하다. 2005년 실업고 예산 지출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시ㆍ도 교육청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재정 사각지대'에 처한 꼴이다. 그나마 실업고 혁신 관련 연구와 교원 연수 등을 위해 책정했던 30억원의 올해 정부 예산도 10%나 깎였다. 재정 지원 없이 실업고 육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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