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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새해의 새 다짐 '등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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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새해의 새 다짐 '등대여행'

입력
2007.01.0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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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는 외롭다.

사람의 발길 닿기 힘든 깎아지른 절벽이나, 외딴 섬에 홀로 서서 망망대해만 바라볼 뿐이다. 바다가 조용할 땐 무료한 수평선만을 응시해야 하고, 바다가 성이 날 땐 거센 파도가 두들겨도 맥없이 맞고 서있어야 한다. 풍랑과 고요의 반복 속에 등대의 꺼칠한 외벽에는 고독의 덩어리들이 켜켜이 쌓여 간다.

세계 등대의 역사는 기원전 300년 경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지어진 파로스 등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13세기 지진에 의해 파괴될 때까지 1,600여 년을 버텼던 이 등대는 높이가 120m에 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등대는 근대의 역사, 일제 침탈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1903년 인천 팔미도를 시작으로 1904년 인천 부도등대, 1905년 여수 거문도, 신안 칠발도, 부산 제뢰등대가, 1906년 제주 우도, 울산 울기등대 등이 들어서며 제국주의의 뱃길을 안내했다.

이미 100년이 넘은 등대가 8개가 넘었고 죽도, 소흑산도(1907년), 가덕도(1909년), 암태도(1913년) 등대 등 곧 100살이 다가오는 등대만도 20여 곳이 된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100년이란 긴 시간이 훑어가면 그 흔적만으로도 의미가 부여되는 법. 한국의 100살 되는 등대들은 이제 지난 역사를 증명하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당시 등대는 건축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등대가 서 있는 곳 대부분이 벼랑 끝이나 비좁은 곶, 외딴 섬이기에 자재 운반도 힘들고 건물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보다 잘 보이기 위해서는 또 최대한 높이 지어야 했고, 바다의 소금기와 거센 파도를 버틸 수 있어야 했다. 20세기 초 등대는 무선전신지국의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의 탐지기이기도 했다. 첨단의 건축 기법과 첨단의 기술이 결합된 건축물이 바로 등대였다.

바다에서 뭍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게 등대라면, 등대가 있는 곳은 바다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3면 이상의 확 트인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곳이 눈부시도록 하얀 칠을 한 등대가 서있는 곳이다.

외롭기만 했던 등대들이 최근 일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GPS의 발달로 등대의 뱃길 안내 비중이 점차 왜소해지면서, 새롭게 찾은 탈출구가 관광이고 체험이다. 제주 우도등대에는 파로스 등 전세계 등대 모형을 볼 수 있는 등대공원이 조성됐고, 호미곶 영도 오동도의 등대에는 등대 박물관 등대체험관 등이 만들어졌다. 부산의 가덕도, 울산의 울기와 간절곶 등대는 등대지기(정식 명칭은 항로표지원) 숙소를 개방, 하룻밤 등대지기 체험도 가능케 했다.

새해, 새로운 다짐을 가다듬을 지금, 등대여행을 떠나보자. 한 밤 등대의 불빛을 눈으로 가득 담아, 마음 속 절대 꺼지지 않을 등불 하나 심어보자.

부산ㆍ울산=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가덕도 울기 간절곶 등대

배는 물 깊은 먼 바다 보다는 연안이 더 위험하다. 항만으로 가는 좁은 수로에는 암초 등 장애물이 부지기수. 뱃길을 안내하는 등대는 배의 안전운항을 지켜주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등대는 유인등대 41개, 원격 조종하는 무인등대 719개 등 740개가 있다. 작은 포구 방파제에 서있는 등표와 갯바위 등에 올라있는 등부표까지 합치면 그 수는 1,550개에 달한다.

부산 가덕도 등대

가덕도는 부산에 속해 있으면서도 갯마을의 정취가 아직 살아있는 곳이다. 섬의 북쪽 자락은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대교 공사로 어수선하다. 가덕도 등대는 섬의 남쪽 맨 끝 깎아지른 벼랑 위에 서있다. 1909년 첫 불을 밝힌 가덕도 등대는 새로 맡게 될 임무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이제껏 진해만, 마산만으로 들어가는 뱃길을 안내했다면 앞으론 ‘부산신항’으로 드나들 수많은 선박을 책임지게 됐다. 가덕도의 외로운 등대에서 신항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게 됐다.

가덕도 등대는 2개가 함께 서있다. 하나는 바로 옆 숙소 건물보다도 낮은 2층집 규모의 나지막한 옛 등대고, 바로 옆 40m 높이의 하늘로 치솟은 등탑이 2002년부터 불을 밝히기 시작한 새 등대다.

98년 된 옛 등대는 러시아 건축가의 손을 탓는지 기둥의 장식이나 지붕 등이 러시아 풍이다. 등대 안에 들어서면 옛 등대지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와 미닫이 문으로 여닫는 작은 방. 화장실과 욕실까지 갖추고 있다. 욕실에는 장작으로 물을 데우는 무쇠로 된 목욕솥이 그대로 아궁이에 걸려있다. 옛 등대 현관 처마에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오얏꽃 문양이 조각돼 있다. 옛 등대의 숙소 공간은 98년 새 숙소 건물이 세워지기 전까지 사용됐었다.

가덕도 등대지기(항로표지원)는 이규억(58) 소장을 포함해 모두 3명. 이 소장이 등대와 인연을 맺은 해는 73년이다. 지금은 울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 관할이 넘어간 간절곶 등대에서 처음 불을 밝혔다. 이후 오륙도 가덕도 영도 등대를 번갈아 가며 34년간 쉼 없이 뱃길을 안내해왔다. 가덕도 근무만 이번이 4번째다.

등대의 불만 밝히면 되는 일이니 등대 근무가 마냥 한가로울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3명이 번을 이뤄 밤낮을 바꿔가며 등대를 지키는 근무여건은 녹록치 않다. 항로표지원이 되려면 전자ㆍ전기기사, 항로표지기사, 무선설비기사, 기계기사 자격증 등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고립된 곳에서의 근무라 비상상황시 모든 일을 자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로표지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자녀 교육과 의료문제.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함께 등대에 머물 수 있지만 학교 갈 나이가 되면 생이별을 해야 한다. 바다에 천착한 민속학자 주강현씨는 “등대지기는 바다만 바라보고 살아 모두 선하다”고 말했다. “폭풍우와 비바람을 맞고 드넓은 바다에서의 외로움을 견뎌가며 도를 닦는 사람들이 등대지기”라고 했다.

가덕도 등대의 직원 숙소 1개 방은 연중 일반에 개방된다. 이곳에서 하룻밤 등대지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용 가능 인원은 7,8명. 한달 전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에서 접수한다. 2월에 이용할 계획이면 1월 1~8일까지 접수해야 한다. 이용료는 1만5,000원.

가덕도에 가는 배편은 차도 실을 수 있는 배와 사람만 나르는 배 등 2가지다. 차도선은 진해 안골서 출발하고, 일반 도선은 부산 녹산에서 출발한다. 차 없이 가덕도에 갈 경우 외양포에 내려 가덕도 등대까지 4km를 1시간 가량 걸어가야 한다. 등대는 군사지역 안에 있어서 미리 등대체험을 신청해 선정된 사람에 한해서만 출입이 허용된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http://pusan.momaf.go.kr (051)609-6392

울산 울기, 간절곶 등대

울산의 울기 등대와 간절곶 등대도 등대여행지로 제격이다.

울기 등대의 역사는 1905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일본이 러일전쟁을 앞두고 군사적 목적으로 나무로 급조해 등불을 밝힌 게 울기등대의 시초다. 이듬해 콘크리트 구조물인 지금의 등대가 세워졌다. 울기 등대가 서있는 곳은 대왕암 언덕이다. 대왕암은 신라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이다. 문무대왕이 경주 감포 앞바다에 묻히자, 왕비도 땅 대신 이곳에 묻어달라 했다고 전해진다.

등대로 가는 길은 30년 이상 된 소나무 1만5,000그루의 거대한 송림을 지나야 한다. 숲길 끝에 등대 2개가 서 있다. 울기 등대의 등탑은 원래 6m 높이로 건축됐다. 이후 주변의 해송이 자라 시야를 가리자 72년 등탑을 3m 더 올렸고, 87년에는 등대 바로 옆에 24m 높이의 새 등대를 세웠다.

간절곶 등대는 새해 첫날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그곳에 서있다. 간절곶은 바다에서 보면 긴 간짓대(막대기)처럼 보인다 해서 이름이 붙었다. 등대가 생긴 건 1920년. 17m 높이의 등대는 몸통은 8각, 지붕은 10각형이다. 한옥식 동기와 지붕이 이색적이다. 밤이면 등대 마당의 전구옷을 입은 나무들이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화려한 불빛을 밝힌다.

등대에서 북쪽으로 2km 거리에 있는 백사장이 진하해수욕장. 백사장이 길이 1km, 폭 30m 되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울기 등대와 간절곶 등대는 여름과 겨울방학때만 일반에 숙소를 개방한다. 이번 겨울 방학은 이미 예약이 마감됐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 http://ulsan.momaf.go.kr (052)228-5611~3

부산=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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