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업의 언론ㆍ홍보담당 최고 책임자인 A씨는 연초부터 서울 본사 대신 공장이 있는 지방에서 상주하고 있다. 산업별 노조 전환과 비정규직 문제 등 내부 현안이 많은데다가, 대통령 선거로 노사관계가 2007년 경영 목표달성의 최대 변수라는 최고위층의 지시 때문이다.
#2. 수출비중이 높은 B사는 올해 경영계획에서 임금 인상률을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다. 환율하락으로 지난해 수익률이 급감한데 이어 올해도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대선 정국으로 노조 파워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이상 5년마다 찾아오는 대선과 그에 따른 노사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설마 했던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해년 벽두부터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환율 하락으로 고전한 현대자동차가 노조의 무리한 성과금 주장과 그에 따른 잔업거부로 연초부터 700억원이 넘는 생산손실을 입고 있으며,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대선이 예정된 해마다 파업이 급증하는 '대선 증후군'이 2007년에도 반복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무리한 파업사태가 잇따르는 것을 보니, 올해도 나쁜 관행이 반복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01년 79.3일에 불과했던 파업성향(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이 대선이 치러진 2002년에는 111.4일로 증가한 뒤 이후 2003년(90.2일), 2005년(55.8일)까지는 안정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현대차 사태으로 연초부터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올해 노사관계가 2002년 이후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총에 따르면 50대 주요기업과 70개 업종별 대표기업을 선정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안정될 것'이라는 응답은 4%에 그쳤고,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비율은 28%에 머물렀다.
경총은 노사분규가 예년보다 훨씬 일찍 발생한 뒤 심각한 상태로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총 관계자는 "올해부터 산별교섭으로 전환함에 따라 노사분규가 과거 6월에서 3월부터 시작될 것이며, 자동차와 공공부문 등에서는 긴장의 강도가 훨씨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정치색 짙은 과도한 요구가 연초부터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와 해당 기업에 원칙에 입각한 정면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원들은 완성차 업체 중 최고의 급여를 받고 있다"면서"생산목표 미달에 따른 성과금 축소는 당연한 것인데도, 노조가 억지를 부리며 폭력행사까지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도 "현대차 노조가 정치 파업에 몰두하는 바람에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도 150%의 성과금을 달라는 것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밭대 이준우 교수는 "민주노총이 변하지 않으면 국민의 외면으로 노동운동의 기반 자체가 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불법파업에 대해선 업정한 법집행을 통해 강력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