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상대적으로 온순한 암이어서 전립선 비대 증상이 느껴지기 전에 굳이 조기 검사나 조기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수술 자체의 위험과 후유증도 있는 만큼 적기 검진과 적기 수술이 환자의 삶의 질 유지에 더 중요하다.”
“개인마다 천차만별인 것이 암인데 일반적으로 진행이 느리다고 전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큰일 날 소리다. 무엇보다 환자 자신이 이를 용납하겠나.”
국내 전립선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대한비뇨기학회의 적극적인 캠페인으로 전립선암 조기검진이 확산되는 가운데 ‘조기검진만이 능사인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미국과 캐나다 등 서구에서 이미 한차례 일었던 논란이 우리나라에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최근 혈액검사를 통한 전립선암 특이항원(PSA) 검사가 일반화하면서 아무 증상이 없는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수술 여부가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든 환자의 경우 마취 부담도 부담이지만 수술 후에는 성기능 장애나 요실금과 같은 후유증이 따를 수 있는데, 자칫 암을 잡으려다 이후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우 교수는 “전립선암의 경우 공격적인 암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소변보기가 개운치 않거나 하복부가 불편한 것 등)이 있을 때에 적절히 진단하고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설명한다.
선우 교수는 또 전립선암 사망률이 1,2위를 다투는 미국 등 서구에서조차 PSA검사가 필수 검진항목으로 권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캐나다는 무증상일 경우 PSA검사가 불필요하다고 권고하며 미국은 PSA검사 권장등급이 I(권장 또는 금지 근거가 모두 불분명하다는 뜻)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립선암은 남성에게서 9번째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는 “조기선별 검사와 조기수술에 대한 유효성 논란이 미국에서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막 전립선암 관련 데이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근거 있는 논쟁이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남은 수명을 어느 정도 감안해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만 환자 개개인이 무엇을 원하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많은 비교기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시각이 위험천만하다고 반박했다. 고대안암병원 비교기과 천준 교수는 “아버지가 전립선암이었고, 45세인 한 환자는 PSA 수치가 3ng/㎖대(4ng/㎖ 미만이면 정상)에 불과한데도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니 이미 종양이 전립선 바깥으로 나간 상태여서 수술이 어려웠다”는 환자의 예를 들면서 “전립선암이 일반적으로는 느리게 진행한다고 해도 개인에 따라 이처럼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립선암의 경우 2~10의 정도로 매겨지는 ‘악성도 판정’도 중요한데, 여기서 고위험 암으로 판명되면 PSA 수치가 낮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다. 때문에 증상이 없거나 PSA 수치가 낮더라도 악성도가 높으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천 교수는 조언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홍성준 교수 역시 “비용과 수술 예후 측면에서 조기 수술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치료방법”이라고 말했다. 방사선 치료는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이 오히려 수술보다 몇 배나 비싸고, 호르몬 치료는 평생 주사를 맞기가 어려워 평균 2년반 만에 치료를 중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요실금은 환자의 5% 이내이고, 성기능 장애도 50~70%는 복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PSA 수치가 10ng/㎖만 돼도 환자의 20~30%는 종양이 전립선 경계면 밖으로 나간 상태라 수술이 어렵다”며 “비교기과 전문의 사이에선 오히려 PSA 기준을 4ng/㎖에서 3ng/㎖으로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50세 이상이거나 40세 이상이면서 가족력 또는 전립선 비대증이 있다면 정기적인 PSA검사를 받아본 뒤 기준치를 넘을 경우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전립선암은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어서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여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진단 과정>전립선암>
1. 혈액검사로 전립선 특이항원(PSA)수치가 기준치 넘는지 확인
2. 의사가 손가락으로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나 초음파촬영
3. 암 가능성이 높으면 바늘을 찔러 조직검사
4. 진단과 수술계획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5. 수술,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등 적절한 치료법 선택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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