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운용방향의 핵심은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관리를 위해 상반기 중 110조원에 이르는 재정을 앞당겨 집행해 경기부양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값 폭등과 환율하락으로 야기될 수 있는 금융불안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사정이 지난해보다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5%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은 4.5%로 떨어지고, 소비ㆍ투자 증가율이 둔화하며 해외소비의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폭도‘균형수준’이라고 할만큼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경기가 올해 상반기에 저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순환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기상승 국면을 제대로 체감해보지도 못한 서민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재정을 앞당겨 집행하는 방법으로 상반기 중 경기부양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주요 사업비의 56%인 110조원이 풀리게 된다. 대선을 앞둔 인위적 부양이 아니냐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적절한 경기관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체감경기만으로 따지면 올해가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하는데 체감경기와 직결된 국민총소득(GNI)은 늘어나지 않은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올해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로 교역조건이 많이 호전될 전망이어서 GDP와 GNI간 격차가 해소되고 체감경기 호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에 불과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다소 수그러든 상황이어서 경기의 급격한 하락에 대한 우려는 줄어드는 양상이다.
정부가 현재 경기관리보다 더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부동산값 폭등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과 끝없이 무너지는 환율 등 금융불안 요소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초래될 수 있는 가계경제 파탄과 은행들의 부실화는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방향 내용 중 상당부분을 금융위기 대응방안에 할애했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비중이 97%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리상승세가 계속되면 가계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확산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변동금리로 대출을 하면 주택신보 출연금을 인상해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사용할 예정이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은행권이 외화매입에 나서면서 급증한 단기외채가 환율불안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단기외채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현재 원화 대출금에만 부과하고 있는 신용보증 출연료를 은행들의 단기외채에도 부과하는 방식이다. 또 원ㆍ달러 환율 만큼 우리 경제에 압박을 주고 있는 원ㆍ엔 환율의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원ㆍ엔 직거래 시장 등 이종통화시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서민ㆍ영세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도 적극 검토된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37%로 미국 2.1%, 영국ㆍ유럽연합 1.19% 등 다른 나라보다 높고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3.6%로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정부는 중립적인 기관에 원가분석을 의뢰해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율 결정체계를 자발적으로 개선하도록 한다는 입장인데, 카드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와 업계간 갈등이 예상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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