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발언이 환율 3원 올렸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5.2원 급등한 931.3원으로 마감하자,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환율 관련 특단의 대책을 고려 중"이란 발언의 영향이 환율 상승폭을 키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환율이 5원 이상 급등한 것은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처음이며, 930원 선을 회복한 것은 8일 만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12월 제조업지수가 예상 밖의 깜짝 호조를 기록하자, 엔ㆍ달러 환율이 118.8엔에서 119.4엔까지 0.6엔 급등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이 원ㆍ달러 환율 급등의 주원인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엔ㆍ달러 환율이 0.5~0.6엔 상승하면, 원ㆍ달러 환율은 2~3원 정도 상승하는데 이날 원ㆍ달러 환율 상승폭은 이보다 2~3원 정도 더 높았다.
즉 전세계적인 달러 강세에 노대통령의 발언 효과가 덧붙여지며 추가상승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 100엔 당 원화 환율도 0.7원 가까이 상승하며, 하루 만에 780원 선을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특단의 대책'을 해외투자 대폭 확대 등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외환은행 이준규 딜러는 "오늘 외환시장에서는 원ㆍ달러 추가 하락을 기대하던 역외 투기 세력들이 대통령의 강한 언급에 긴장해, 달러 단기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이미 원ㆍ달러 환율은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엔화 급등 등의 비상 상황이 없는 한 환율은 현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의 이례적인 환율언급 때문에 향후 세계시장에서 '한국은 환율 조작국'이란 오해를 사거나, 자칫 투기세력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 시장은 워낙 민감해 외환 당국 실무 책임자가 구두 개입에 나설 때도 신중하고 애매한 표현을 구사하는 법"이라며 "대통령이 나서서 특단의 대책 운운하는 것은 미국 등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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