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다음 정부에 좋은 보따리를 넘겨주려 한다. 살이 통통하게 살찐 돼지를 넘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표현만 다를 뿐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정운영과 권한 행사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신년인사회에는 임채정 국회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한명숙 총리와 장ㆍ차관, 군 장성 등 각계 인사 260여명이 참석했다. 한나라당 인사는 “참석한 전례가 없다”며 불참했다.
행사는 당초 오후 3시10분부터 30분간 예정됐으나 10분으로 잡혔던 노 대통령의 인사발언이 40분 가까이 이어지는 바람에 1시간으로 늘었다. 참여정부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서운함 때문인지 노 대통령은 대부분 발언을 참여정부의 성과, 개혁의 필요성, 임기말 국정관리, 환율 부동산 양극화 등 주요 현안 및 해법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말미에 “얘기가 조금 길었던 것 같다”면서도 “조금 짜증스럽더라도 한 번 더 마음속에 (내 얘길) 새겨보고 함께 협력할 방안을 생각해달라. 잘못됐으면 언제든 고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 한 해 열심히 하고 싶다”는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자꾸 레임덕, 심하면 식물대통령 얘기를 하는 데 오늘 이 자리에 나와서 얘기하는 걸 보니 식물대통령 아닌 것 같지요”라며 “레임덕… 본시 누구라도 때대로 다리를 다치는 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기 바란다”라고 자답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를 했다는 사람들이 ‘민주세력이 능력이 없다’고 하는데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며 “결코 그렇게 자학할 일이 아니다. 들리는 소리가, 평가가 나쁘더라도 그렇게 쉽게 굴복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합의하고 가는 것이 제일 좋고, 최대한 합의하고 합의가 안되면 밀고라도 가야 한다. 시끄러운 것을 감수하고 가야 한다”는 말도 뒤따랐다.
경제만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듯 “1년 안에, 금년 안에 한국경제가 팽팽 아주 활력 있게 돌아가게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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