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신년인사회와 국무회의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은 1년여 임기 동안 나의 길을 열심히 가겠다”는 것이다. 국민과 언론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과 새해부터 매주 국무회의를 주재하기로 한 것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여기에 지난 연말 강조한‘말의 정치’를 더하면 국정의 중심을 지키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가늠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신년인사회에서 “마지막 한 해 열심히 일하고 싶다”며 “그 전보다는 못할 것이나 제게 주어진 합법적 권력을 마지막까지 행사하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평가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다면서도 “합의가 안되면 밀고라도 가야 한다”, “제 책임을 다하겠다”, “시끄러운 것은 감수하고 가야 된다”며 자신의 정책기조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각오를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지난 연말 이후 표현만 장소만 달랐을 뿐 레임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불과 한 달 전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의기소침해 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노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다짐하고 헌법상 국무회의 의장 자격으로 매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데는 여러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분권형 국정운영, 책임총리제를 강조하며 최근 2년 동안 사실상 총리에 위임했던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다고 선언한 것은 역대 정부와 달리 마지막까지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국무위원 등 내각에 대한 군기를 잡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자신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창구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참여정부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고 정책을 직접 홍보하는 장면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말과 인사권을 대통령의 남은 수단이라고 강조해온 노 대통령이고 보면 이런 관측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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