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시즈오카(靜岡)대 교수는 올해 동북아시아 정세 중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와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특히 주목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와 6자회담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았다.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된 상황에서 여당이 징병제 철폐라는 카드를 사용한다면 5년의 정권 연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6자회담을 포함해 2007년의 동북아시아 정세를 전망한다면.
“2007년 가장 주목되는 것은 6자회담 보다도 남북한의 정상회담 개최 여부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일로부터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이 나올 경우 노무현 정권은 반드시 받아들일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빨리, 1월 혹은 늦어도 2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상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와 6자회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시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도 같은 목적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다.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남북간의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다. 남북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일보를 내딛을 것이 예상된다. 북한은 사실 평화가 필요하다. 핵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 플러스라는 인식을 한국과 공유한다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6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6자회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자회담이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는 북한이 정말로 핵 활동을 동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이 잘못되면 북한의 핵 포기는 훨씬 어려운 과제가 된다. 북한 핵의 동결은 일종의 거래이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 잘 합의한다면 동결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50% 이하라고 본다. 동결은 2002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최소한 당시의 보상 수준을 요구할 것이다. 그것을 미국과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도 김일성 탄생 95주년을 맞는 2007년과 건국 60주년이 되는 2008년은 성과가 필요한 해이기 때문에 요구를 낮추기는 어렵다. 동결에 대한 합의나 거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핵 실험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미사일 발사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 미국에 도달할 만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생각할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요소가 남북간의 움직임이다. 1월이 승부처이다. 1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될 것인가 여부가 2007년 한 해를 크게 바꿀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보나.
”북한의 의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핵 동결 부문에 대해서는 거래할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핵을 진짜로 포기하려는 지는 알 수 없다. 설사 포기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부시 정권 이후의 일이다. 2009년 이후의 이야기다. 핵을 포기하는 것은 더욱 큰 거래이다. 북한은 당분간 포기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을 둘러싸고 한국_중국, 미국_일본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역할 분담에서 한국_중국이 당근, 미국_일본이 채찍이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미 실패라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에 서로가 반대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그 같은 방향으로 조금씩 변하고는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으로 한국과 중국이 조금이라도 채찍 부문을 내놓고 있고, 미국도 당근 부분을 내놓게 됐다. 일본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핵 동결에 필요한 보상의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이 당근을 주는 결단을 내리고, 반대로 한국과 중국은 북한이 동결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의 채찍을 드는 것이다. 4개국이 그런 식으로 가면 동결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은 테스트 케이스다.”
-북한에 대해서는 내부 붕괴설, 외부에 의한 정권 교체설 등 여러 가지 설이 떠돌고 있다.
“둘 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 내부 붕괴건 외부 정권 교체건 중요한 것은 한국과 중국이 앞으로도 북한을 지탱해 줄 것인가 여부에 달려있다. 올해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이후 한국과 중국의 태도는 전보다는 강경해 졌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한국과 중국은 북한을 지탱해 준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지탱해준다면 내부 붕괴하는 일도 없고 밖으로부터의 정권교섧?없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대응을 최후 옵션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군사력을 포함한 형태로 고압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은 지금 여유가 없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딱 한가지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있다. 북한이 핵 무기를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에 넘기고, 테러조직이 핵 무기로 미국 도시를 공격할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해 보복할 것이다. 100%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반대하건 중국이 반대하건 관계 없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중국의 존재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의 중국은 국력을 키우는 과정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동시에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만국박람회 등을 이용해 높은 지위를 차지하려는 모습이다. 이런 중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미 협력이다. 미국과 우호관계를 강조하면서 보다 큰 대국을 지향할 수 있다. 중국은 그 동안 아시아의 맹주였다. 그러나 당분간은 그런 목표를 향한 과정이고 준비 단계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취임 후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는 등 아시아 외교를 개선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 외교의 전망은.
“일중 관계는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중국은 야스쿠니 참배만 하지 않으면 양국간에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중국은 대미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일본과의 관계가 나쁜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불리하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간 선거에 패배했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크게 바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외교문제에서 압도적으로 신경 쓰는 것은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시리아 등 대부분 중동 정세이다. 중동 정책의 실패가 선거의 참패로 이어졌다. 그것에 비하면 아시아 정책은 더 이상 악화하지 않은 것이 나쁘지 않다.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도 양호하다. 한국과는 삐걱거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망가졌다는 인상은 주지 않고 있다. 나머지는 북한인데,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악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문제 해결은 다음 정권으로 넘기려 하지 않겠나. 아시아 정책에 작은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큰 변화는 없다.”
-2007년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선거 등 중요한 정치적 행사가 치러지게 된다.
“가장 주목을 모으는 것은 역시 한국의 대통령 선거이다. 중요한 시기에 5년이라는 긴 시간의 정권을 선택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일본과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본과 미국을 축으로 하는 외교를 추구하는 보수 정권의 출현을 기대하며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알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의 행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가면서, 여당이 징병제의 철폐라는 카드를 사용한다면 현재의 노선을 걷는 정권이 5년 더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은 남북 통일에 대해 표면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남북통일의 가능성이 있나.
“지금 단계에서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남북한 상호가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볼 때 한국도 북한도 통일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를 전혀 읽을 수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북한이 붕괴하는 경우겠지만, 그것도 북한을 지탱해주려는 한국과 중국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상호간에 의지가 있다면 빨라질 것이다. 주위에서도 반대할 수 없다. 반대할 명분도 없고 반대하지도 못한다.”
●프로필-이즈미 하지메 교수
이즈미 하지메(57) 시즈오카(靜岡) 현립대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의 안전보장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정치학자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 날카로우면서도 중후한 분석으로 일본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시즈오카대학 국제관계학부 교수와 현대한국조선연구센터장, 현대한국조선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오(中央)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조치(上智)대 대학원 박사과정전기(국제관계론), 연세대 대학원 연구과정(정치학)을 마친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 국제문제센터와 영국 뉴캐슬대학 동아시아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미국의 한반도정책_북한의 NPT 탈퇴선언 이후의 정책을 중심으로'(1994년) 등 논문 다수.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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