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해와 접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해안선은 총 72㎞. 이 곳에선 지금 해안선 연장공사가 한창이다. 세계 지도 모습을 본뜬 ‘더 월드’, 야자수 모양의 ‘팜 주메이라’ 등 4개의 인공섬이 다 만들어지면 해안선은 지금의 2배로 늘어난다.
무슨 고무줄도 아니고 천혜의 해안선을 늘리겠다는 것, 더구나 인공으로 섬을 만들겠다는 것 모두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발상. 하지만 공사는 착착 진행중이다. 공사 담당 나킬사 관계자는 “2001년 인공섬 조성 발표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허무맹랑하다고 비웃었지만 지금은 세계의 부호들이 찾아와 투자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당함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바다 속 호텔도 짓고 있다. 수심 20m지점에 18㎝두께 통유리로 만들어질 3층짜리 이 해저호텔은 투숙객이 생체리듬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인공으로 밤과 낮이 바뀌고, 이따금 비까지 뿌려준다고 한다.
인공섬 팜 주메이라의 아틀란티스 호텔은 2008년 오픈 예정이다. 객실과 초대형 수족관이 통유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숙박객들은 침대에 누워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제 두바이는 더 이상 한낱 지명이 아니다. 사막 위에 세워졌던 전설의 바벨탑처럼, 그 자체가 21세기 기적의 아이콘이 되었다. 보잘 것 없던 어촌마을에서 지상 최대의 낙원으로 변신하고 있는 두바이에 전 세계는 열광하고 있다.
두바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 하지만 이 곳의 전 지도자 셰이크 라시드와 그의 아들 셰이크 모하메드는 석유가 나기 시작한 40여년전부터 ‘전혀 새로운 두바이’를 꿈꾸기 시작했다.
지금의 두바이를 설계한 것은 셰이크 모하메드다. 석유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었지만, 그는 96년부터 ‘탈(脫)석유 경제구조’건설에 나섰다. 어차피 기름은 언젠가는 고갈될 자원. 그 때를 대비해 석유로 번 돈으로 ‘석유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2010년경이면 두바이 석유자원은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가 상상한 두바이의 미래상은 중동의 비즈니스 및 관광허브. 이 무덥고 척박한 땅에 투자자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무조건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세계 최첨단, 그리고 통념을 뛰어넘는 파격이 아니면 안된다고 믿었다.
정치지도자이기에 앞서 시인이었던 그는 두바이에 일반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시적 상상력’을 넣기 시작했다.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해안가에 짓는 인공섬, 삼성건설이 시공한 세계 최고층 건물 버즈 두바이 등 대역사(役事)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유럽 중동 아시아의 큰 손 쇼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두바이 전역을 면세구역으로 지정한 것 역시 그의 아이디어였다.
한 현지관계자는 “두바이 자체가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지도자의 풍부한 상상력,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두바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리더의 창조적 상상과 오일머니가 결합돼 두바이가 탄생한 것이다. 지난해 말 이 곳을 방문했던 이건희 삼성회장도 ‘셰이크 모하메드의 창조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바이에선 보이는 모든 것이 쇼크다. 2005년 두바이 최대규모의 쇼핑몰 ‘몰 오브 에미리트’안에 세워진 실내 스키장 ‘스키 두바이’는 영하 7도 온도에 슬로프길이만 400m에 달한다. ‘스키는 추운 나라에서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 대신 ‘사막에서도 스키를 탈 수 있다’는 상상을 했고, 결국 세계적 명물을 만들어냈다.
사막 한가운데 건설중인 두바이랜드는 미국 디즈니랜드의 8배가 넘는 세계 최대 테마파크.
피라미드, 만리장성, 타지마할 등 세계적 건축물들이 재현되고,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 알렉산드리아의 등대처럼 사라진 고대 불가사의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두바이랜드 관계자는 “2016년 두바이랜드가 완공되면 연간 7,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사 현장이다. 전 세계 타워크레인 3만5,000개 가운데 20%이상이 이곳에 몰려있다. 메트루시 두바이 건설부장관은 “두바이는 그저 화려한 도시가 아닌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수많은 외국인들이 두바이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두바이의 상상력 실험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두바이=한창만 기자 cmhan@hk.co.kr
■ 두바이, 마케팅도 상상 플러스
두바이에선 매일 ‘깜짝쇼’가 벌어진다. 건물 쇼핑몰 섬 같은 하드웨어 뿐 아니라, 이를 홍보하고 운영하는 마케팅전략에도 늘 기발한 상상력이 넘쳐난다.
버즈 두바이는 2008년 말 완공 예정인 세계 최고층 빌딩이다. 이 빌딩은 발주처인 이마르사가 2004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시공계약할 당시 높이를 700m로 정했다.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인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508m)보다 200m나 높다.
하지만 버즈 두바이의 정확한 최종높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역시 모른다고 한다. 이마르사가 자고 나면 높이를 조금씩 올리기 때문이다. 800~830m 높이까지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최종 높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지라, 버즈 두바이의 높이가 얼마가 될지는 늘 언론과 건축계의 관심사다. 때문에 이마르사는 일종의 ‘궁금증 마케팅’을 통해 이 빌딩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 백승진 전무는 “높이조절이 가능한 비결은 건물 중심에 들어설 길이 200m의 첨탑에 있다”며 “첨탑을 최대한 올릴 경우 건물은 900m까지 가능해 높이를 둘러싼 마케팅 전략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변가에 인공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나킬사는 올해 안에 입주가 시작될 인공섬 ‘더 월드’의 현장 인근에 호화 홍보관을 짓고, 투자 설명회에 열중하고 있다. 이 곳에는 ‘더 월드’, ‘팜 주메이라’ 등 4개 인공섬 공사현장의 상세모형도와 함께 위성사진을 보름~한달 간격으로 공개함으로서 공사진척상황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했다.
여기서 나킬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팜 주메이라 홍보를 위해 주변 바닷가에 순금 1㎏를 뿌리기로 했다. 세계의 다이버들이 모여 바닷속을 누비며 금을 찾는 진풍경이 연출되면, 몰디브 못지 않은 다이빙 명소로 이름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나킬사측의 생각이다.
해외 스타를 동원한 스타마케팅 전략은 이제 새로울 것이 없을 정도다.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로 알려진 버즈 알 아랍의 헬기장에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바다를 향해 호쾌한 드라이브 샷을 날리는 이벤트가 열렸고,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아가시와 로저 페더러의 대결도 이뤄졌다.
두바이=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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