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종철씨의 부친 박정기(78)씨는 3일 기념관 추진 소식을 전해 듣고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지난 10년간 국가인권위원회와 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추진해 온 일이 결실을 맺은 것에 안도하면서도 지나간 세월이 무심한 듯 박씨는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살을 계속 어루만졌다. 그는 현재 인권위 정책자문위원이다.
박씨는 그러나 기념관 건립의 의미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념관은 종철이 개인의 넋을 기리는 곳이 아니라 군사통치에 신음하며 불행하게 죽어간 수 많은 민주열사들의 뜻을 받드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이 땅에 씻을 수 없는 역사적인 과오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영동 보안분실이 훼손된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도 드러냈다. 박씨는 “종철이가 숨졌던 509호실 외에 다른 건물은 제대로 보존이 안돼 엉망”이라며 “이래서야 후손에게 뭘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박씨는 가족끼리도 종철이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이 묻혀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해마다 기일(1월14일)에만 한번씩 찾아가 말없이 참배하고 온다고 했다.
기념관에 전시되는 유품은 기타와 시계, 목도리, 사진 등 200여점이다. 대부분 부산 집에 보관하고 있다. 박씨는 “이제서야 아들의 유품들이 햇빛을 보게 됐다”며 감회에 젖었다.
기념관 건립에 따라 올 20주기 추모제는 처음으로 아들이 숨진 곳에서 열린다. 박씨는 “그 동안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릴 지도 모르겠다”며 “아들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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