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를 이기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준 선수들에게 감사합니다."
실업배구 시절부터 계속된 삼성화재전 26연패의 사슬을 끊은 대한항공 문용관 감독. 눈시울이 촉촉해진 그는 감격에 젖은 채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지난 2000년 1월9일 부산에서 3-2로 이긴 뒤 7년 만에 거둔 승리의 감격은 그만큼 컸다.
13-13으로 맞선 마지막 5세트. 대한항공은 신영수의 왼쪽 강타로 14-13으로 앞섰다. 곧 이어 삼성화재 괴물 용병 레안드로가 회심의 강타를 때리는 순간 블로킹에 나선 신영수의 손끝이 짜릿했다. 공을 안고 착지한 레안드로는 고개를 숙였고, 대한항공의 짓밟힌 자존심을 살린 신영수(17점)는 포효했다.
브라질 용병 보비가 37득점한 대한항공이 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2006~07 힐스테이트 프로배구 삼성화재와의 홈경기에서 3-2(25-27 21-25 26-24 25-23 15-13) 역전승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실업(15연패)과 프로(11연패)를 합쳐 삼성화재에 당한 26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다. 날짜로 따지면 무려 2,552일 만이다.
출발은 삼성화재가 좋았다. 삼성화재는 24-24 듀스인 1세트에서 레안드로가 시간차 공격과 서브득점을 연거푸 성공시켜 산뜻하게 출발했다. 신진식(12점)과 레안드로(41점)의 좌우 쌍포를 앞세운 삼성화재는 2세트마저 25-21로 따내 손쉽게 승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저력은 3세트부터 나왔다.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26-24로 3세트를 따낸 대한항공은 4,5세트마저 싹쓸이하면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관중은 750명에 불과했지만 인천 배구팬은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로 대한항공의 승리를 축하했다.
관심을 모았던 보비와 레안드로의 용병 대결은 막상막하로 끝났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1일 현대캐피탈을 격파한 데 이어 삼성화재마저 물리쳐 '코트의 반란'을 일으켰다. '만년 4위'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삼성화재와 함께 4승1패를 기록했지만 세트득실률에서 뒤져 2위에 머물렀다. 천안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상무를 3-0(25-18 25-17 25-17)으로 꺾고 3승2패를 기록했다. 상무는 4패.
한편 여자부에서는 KT&G가 GS칼텍스를 3-0(25-22 25-16 25-23)으로 완파했다.
인천=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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