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일 이재정 통일부장관을 향해 맹공을 가했다. 이 장관이 전날 밝힌 “북한의 빈곤에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발언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이 장관을 ‘친북 사대주의자’ ‘친 김정일 좌파’로 비유하면서 자진사퇴를 요구한 뒤, 해임안을 제출할 뜻을 내비치며 정치 쟁점화할 태세이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주사파의 전형을 보는 것 같은데 이 장관이 북에 의해 임명된 장관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이 장관의) 이런 행태가 계속되면 해임요구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즉각 사과한 뒤 재발 방지를 다짐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고, 전여옥 최고위원도 “이 장관은 북한 대남선전부의 책임자와 똑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재섭 대표는 “1월 말까지 지켜본 뒤 해임건의안 제출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나경원 대변인은 기자브리핑에서 “친북사대주의자 이 장관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공세 배경에는 북한의 대선 개입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현 정부가 대선용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평화무드를 조성하면서, 이를 득표전에 활용할 것이란 우려가 깔려있다. 당과 대권 주자 모두 지지도에서 절대 우위를 지켜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위가 어떻든 이른바 ‘신 북풍’에 의해 대선판도가 뒤흔들릴 경우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
이밖에 한나라당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일부 친북 성향 단체가 ‘대선에서 반(反)보수 대연합 구축 및 한나라당 반대’ 등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과 비슷한 주장을 담은 신년사를 잇달아 발표한 데 대해서도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나 대변인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편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면서 “북한 주장에 노골적으로 동조하는 행동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들 친북 성향 단체들의 공격을 구 시대적인 색깔론이자 이념대립을 선동하는 것으로 맞받아쳤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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