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등산객과 사찰 간의 '문화재 관람료' 실랑이로 정초부터 명승지가 시끄럽다. 지난해 9월 정부ㆍ여당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방침을 굳힌 뒤 조계종과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예고됐던 소란이다. 뻔한 사태를 이렇게까지 방치한 관계 당국과 조계종의 무신경이 놀랍다.
엄밀히 따져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는 별개다. 그러나 국립공원이 대개는 명산이고, 거기에 예외 없이 천년 고찰이 깃들여 있다. 이런 역사적 특수성과 징수 편의주의가 결합, 통합 징수 관행이 정착돼 왔다.
일반인들은 돈을 내면서도 통합징수라는 인식 자체가 흐릿했고, 입장료를 폐지했다던데 무슨 돈을 받느냐는 불만을 제기한다. 이 정도라면 문화재 관람료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지만, 등산만 하려는데 왜 사찰 관람료를 내느냐는 항의에는 해답이 궁할 수밖에 없다.
단순 관광객과 사찰 관람객을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조계종의 설명은 군색하다. 애초에 지난해 당국과의 협의에서 거론됐듯 매표소를 사찰 입구로 옮기면 등산객과 관람객은 쉽게 가릴 수 있다. 산봉우리나 산 중턱에서 멋진 가람을 조망할 수 있으니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남산이나 63빌딩 전망대에 올라 서울의 야경을 본다고 서울시에 관람료를 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 동안 통합징수로 안정적 관람료를 확보해 온 조계종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종교시설이기에 앞서 문화적 가치가 큰 사찰을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이는 관련 정부 지원예산을 늘리는 쪽으로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6월까지만 매표소 이전에 필요한 유예기간을 달라는 조계종의 요청을 거절하고, 달리 마땅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국립공원 무료화를 단행한 정부 당국의 책임은 더욱 크다. 수십 년의 통합징수에 비해 6개월은 길지 않다.
매표소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사찰 경내로 등산로가 나 있는 곳에 우회로를 만들 시간은 필요했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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