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일 “방송통신 위원 구성에 대해 정치적으로 계속 의구심이 제기된다면 위원 구성은 법이 통과되더라도 이번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에서 해도 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 위원 선임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 및 행정의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누가 되느냐에 관계 없이 정부에 속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독립기구가 좋다는 견해가 있는데, 완벽한 독립기구는 존재하지 않으며 국민으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은 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방통위 구성을 차기 정부에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방통위를 사실상 독임제 부처로 본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수석도 “행정집행기구는 정부의 것이어서 국회 추천은 문제가 있다”고 부연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독임제 요소를 가미한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방통융합추진위의 논의 결과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이로써 정부안에 따라 출범할 방통위가 무늬만 합의제인 독임제 부처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라며 “옛 공보처의 부활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확정한 법안을 다음주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위원 선임시 국회 추천 배제 등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은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되 2명은 각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추천을 거치도록 했다. 국회 추천을 배제한 것도 논란거리지만, 추천 단체나 절차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대통령이 전원 임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방통위 업무 가운데 ▦KBS 등 방송사 이사 및 임원 추천ㆍ임명 ▦방송사업자 인허가 ▦방송 프로그램 및 광고 운용ㆍ편성 등에 한해서만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 방통 융합에 따라 기구를 신설하면서 방송 분야의 특정 사항만 분리해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송계 인사는 “실제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열풍이 통신 분야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다”며 “결국 정부 법안은 방통 융합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두 기관을 물리적으로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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