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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우정편지] 시인 유자효가 시인 김남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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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우정편지] 시인 유자효가 시인 김남조에게

입력
2007.01.0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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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김남조 선생님.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서울에 흰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눈 내리는 도시를 창 밖으로 내다보며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계간 <시와시학사> 에서 휠체어를 타고 오신 선생님을 뵈온 지 한 달이 다 돼갑니다. 그 동안 선생님의 용태는 어떠신지요?

선생님을 뵈면 저는 늘 자애로운 모성을 느낍니다.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신 저는 선생님을 뵐 때마다 어머님을 떠올리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늘 선생님 앞에서 부끄럽습니다. 선생님의 왕성한 필력 앞에서 부끄럽고, 선생님의 섬세하신 감성 앞에서 더욱 부끄럽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그토록 메마르지 않는 감성의 샘을 가지고 계십니까? 선생님보다 스무 살이나 아래인 제가 가끔 메말라 있는 저의 정서를 확인하며 가슴을 칠 때 저는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젊으십니다. 무척 섬세한 감각을 지니고 계십니다. 선생님께서 끊임없이 주옥 같은 작품들을 빚어내고 계시는 그 비결이 바로 선생님의 풍요로운 감성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구상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였지요. 선생님과 구상 선생님 그리고 안장현 선생님께서 63빌딩에서 식사를 함께 하시는 자리에 제가 끼었지요. 먼저 와 기다리고 계시던 구상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도착하시자 손을 잡으시며 “언제 봐도 이렇게 곱고…”하며 반기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아름다운 여성상을 간직하고 계십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선생님을 우리 시단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보다 큰 누님이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작품으로 처음 뵌 것은 고등학교 때 구해 본 서울대학교의 국어 교과서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시보다 산문을 먼저 보았습니다. 젊은이들의 연애 감정을 다룬 매우 서정적인 글이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며 산문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을 갖고 있는 저는 가끔 선생님께서는 왜 산문보다 시 쓰기를 선택하셨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는 산문으로는 책 몇 권으로 얘기해야 하는 것을 시는 몇 줄로 그려낼 수 있기 때문에 시를 선택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시인이 되는 것은 재능의 부름에 따른 것이요, 숙명이기도 하겠지요.

겨울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이 겨울이 선생님의 환우를 더욱 어렵게 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늘 젊은 가슴을 갖고 계신 선생님께서 부디 오랫동안 저희들과 함께 해주시길 기원할 따름입니다.

2006년 12월 16일 유자효

■ 김다은의 우체통/ 32년 몸담은 방송사 사직 '프리팬스 인생' 시작하며

최근 유자효 씨는 32년 동안 몸담아온 방송사에서 사직했다. 사직의 이유는 “그만 둘 때가 된 것”이라고만 말했다. 주변의 습관적인 우려와 달리, 김남조 선생만은 “이제야 시를 쓸 때”라고 말해 ‘프리랜스 인생’이 가야 할 길을 깨닫게 해주었다. 김남조 선생은 유 씨의 자그마치 27년 대학 선배.

유 씨는 “김남조 선생을 보면 시인에게는 나이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불편한 몸으로 문인들의 행사에 참석하거나 주변 문인들을 돕는 모습을 볼 때면 건강의 나이가 느껴져 마음이 짠하다고. 눈이 와서 발밑이 미끄러워지자, 휠체어를 타고 외출할 선배가 더 염려스럽다.

김다은(소설가ㆍ추계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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