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인 탈세인가, 아니면 단순한 행정착오인가.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수임료 5,000만원에 대한 세무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그 경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2003년 3,300억원대 진로 채권을 보유한 세나인베스트먼트를 대리해 진로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는 진로 경영진과 노조측이 자문사였던 골드만삭스가 회사의 내부 정보를 입수한 뒤 세나인베스트먼트라는 서류 상의 회사를 통해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고 반발하던 때였다.
1년여의 법정 다툼은 세나인베스트먼트의 승리로 끝났고, 이 대법원장은 2003년 4월~2005년 6월 8차례 수임료로 2억5,000만원을 받았다. 대법원측은 이 내용을 이미 언론에 공개했었다.
그러나 2억5,000만원 중 2004년 6월 상고심에서 이겨 성공보수로 받은 5,000만원이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탈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고의로 신고를 누락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법원장은 세무사 직원의 단순 착오로 일어난 일이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은“이 대법원장은 평소 박모 세무사 사무실을 통해 세금신고를 하고 있었으며 문제의 5,000만원 부분이 포함된 ‘수입금액 명세서’도 세무사 사무실에 보낸 것이 맞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이 대법원장은 5,000만원 부분이 영세율(零稅率) 적용 대상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당 금액 부분을 음영처리한 서류를 세무사 사무실에 전달했다. 영세율이 적용되는 거래 내역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대법원은 “세무사 사무실 직원이 세무서에 보낼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총액과 내역이 일치하지 않자 영세율이 적용되는 5,000만원 부분을 누락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진로 사건과 관련해 받은 나머지 7건의 수임료는 정식으로 세무신고가 됐고, 5,000만원 관련 자료도 세무사에게 전달된 점에 비춰 고의적 누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같은 세무사 사무실에서 영세율이 적용된 전체 5건 중 유독 5,000만원 부분만 세무신고가 누락된 점은 의문이다.
이 대법원장은 “세무사 사무실 직원의 단순 실수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변호사 시절 세금을 일부 뒤늦게 납부하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론스타 사건 영장기각 사태 당시 “변호사 시절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대법원장 옷을 벗겠다”고 공언했던 터라 이번 세금 누락건이 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세금누락은 탈세와 차원이 다르다”며 대법원장의 거취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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