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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보개혁 진영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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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보개혁 진영 위기론

입력
2007.01.0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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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진영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는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실로 모든 영역, 지역, 계층을 막론한 각종의 공개, 비공개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그 이름 한자락에 다 '뉴라이트'를 걸치고 있는 것을 보니 무슨 국밥집 이름처럼 원조, 진짜원조, 내가원조식의 상표권 논쟁이 조만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 신자유주의의 첨병이 된 진보권력

반면 진보개혁진영은 가히 길 잃은 철새 모양이다. 신당파, 사수파로 쪼개진 집권당에서는 심지어 2월에 있을 전당대회가 '각목'대회로 치러질지 모른다는 말조차 나올 정도이다.

도저히 같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통합신당파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고, 사수파라 하더라도 그 갈래가 한둘이 아니다. 제도권 내 민주노동당 역시 후보조차 가시권 밖에 있고, 원외 진보 역시 사정은 편치가 않다.

'진보개혁'을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이들이 심각한 위기 아니면 최소한 구조조정기에 와 있음은 분명하다. 올해 치러질 대선의 역사적 의미는 막중하다. 차기 대통령은 가까이는 다음 10년, 멀리는 다음 20년의 시대정신을 상징할 아이콘이다.

그래서 6월 항쟁 이후 만들어진 이른바 '87년 체제' 즉 절차 민주화시대의 제도, 관행, 이념을 제대로 평가해 내고, 외환위기 이후 10년, 신자유주의 10년의 부정적 유산을 힘있게 극복해 낼 바로 그러한 그릇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슴 벅찬 시대적 소명을 담기에 진보개혁진영의 지금 모습은 참담하다. 오죽하면 '부패보다 무능이 더 싫다'고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대통령이 나와 주길 바라는 여론이 다수일까. 지난 20년간 우리는 4명의 대통령,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들이 대표하는 세력들을 경험하였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즉 절반의 보수와 절반의 진보에 의해 87년 체제는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여기서 놓쳐서 안 되는 대목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 즉 신자유주의화된 한국사회는 진보로 출발한 세력들에 의해 관리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를 일러 노 대통령이 '좌파 신자유주의'라 부른 것은 일면 타당하다.

비록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가 본격 도입, 제도화되고,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의 효과가 본격화된 것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였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의 권력화된 진보는 87년 체제의 후반기 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를 우리 사회에 안착시킨 바로 그 세력이었다. 그러는 동안 집토끼가 도망간 것은 당연하고, 오매불망하던 산토끼조차 놓쳐버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재벌의 경제권력은 더욱 비대해졌고, 관료집단은 '관료독재'를 우려할 수준이 되었다. 나로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관료의 사이비 전문성에 의탁하게 된 것을 가장 중요한 실패 원인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관리통제해야 할, 한 때의 진보권력이 그것의 첨병으로 전락할 때 사실 역할은 이미 종료된 것이었다.

● '87년 체제' 비극으로 끝나나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그 속성상 주권의 공동화를 수반한다. 사실 한국 사회의 세계화 정도로 볼 때, 향후 그저 세계시장의 논리에 따라가기만 하면 될 일이니 차기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별로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국가의 고유한 정책공간이 끊임없이 협착, 와해되고 있다는 말이다.

반규제 분위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없어져야 할 규제뿐만 아니라 건전성 규제, 민주적 규제, 공공적 규제조차도 해체되고, 시장에 헐값 매각되었다. 단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보더라도 참여정부의 인식수준은 여전히 건설업자 중심의 공급패러다임만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역사는 두 번 되풀이 된다고 하였다. 한 번은 희극으로, 또 한 번은 비극으로. 노태우의 '희극'으로 시작된 87년 체제는 정녕 노무현의 '비극'으로 끝나야 하는가.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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