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 대선의 유력한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힐러리 상원의원이 명성과 인맥, 자금력 등 온갖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앞서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미 국민들의 힐러리에 대한 확연한 호불호(好不好), 특히 남성들이 그에게 느끼는 ‘공포감’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잡지 ‘마더 존스’는 신년호에서 미 국민들의 힐러리에 대해 거부감은 8년 동안 백악관 안주인으로서 보여준 행태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대선 주자와 달리 힐러리는 지지도 조사에서 무응답층이 거의 없다. 지지와 반대가 확실하다는 반증이다.
힐러리에 대한 반대는 그가 ‘너무 나서지 않고 남편인 대통령의 업무를 조용히 도와야 한다’는 전통적인 ‘퍼스트 레이디상’을 깨버렸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힐러리는 고속도로 미화, 문맹퇴치, 청소년 마약중독 등 퍼스트 레이디의 전통적인 역할보다는 의료시스템 개정 등 국정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국민들의 내면에 공포감을 잠재토록 했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힐러리를 여성혁명 후 ‘자신의 출세를 위해 침실의 즐거움을 부정하는 아내’,즉 두려움의 화신으로 받아들였다. 힐러리는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기 전 이미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빠듯한 가계와 고단한 직장생활, 육아의 어려움 등을 겪고 있는 미국 남성들은 남편보다 더 낫거나 못하지 않으려는 아내의 욕구를 또 다른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1992년 미 대선부터 힐러리를 관찰해온 미주리대의 베티 윈필드 교수는 “힐러리가 내조라는 기대 역할을 벗어난 게 국민적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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