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지원 중단되자 터 파놓은채 방치…겨울철 안전사고 우려도…서울대 속앓이
“겨우 내 저 뒤 야산이 얼었다 녹았다 하다가는 큰 일 날 텐데….”
2일 서울대 수의대 양일석 학장은 착잡했다. 수의대 건물 바로 옆에는 땅 수천㎡가 12m 깊이로 움푹 패여 있다. 목재로 쌓은 벽이 버티고 있지만 그 큰 구덩이가 무너지면 인근 건물과 도로 등에도 영향을 줄게 뻔한 상황이다.
이곳은 바로 세계 최고 줄기세포 연구시설을 목표로 한 ‘황우석 연구동’(의ㆍ생명공학연구동) 신축 공사 현장이다. 2005년 8월 착공한 연구동은 지난해 4월 공사비 지원이 끊긴 이후 9개월째 애물단지 신세다. 양 학장은 “황 전 교수 한 사람이 저 지경이 됐다고 관련 분야 전체에 대한 지원을 끊어서야 되겠냐”며 아쉬워했다.
시작은 화려했다. 2005년 3월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재단은 황우석 연구동(125억원)과 연구동 내 들어설 영장류센터(40억원) 등 황 전 교수의 연구시설을 짓기 위한 ‘우수과학기술자사기진작사업’관련 예산 245억원 중 85억원을 서울대에 줬다. 서울시는 “층 사이 높이를 늘려달라”는 서울대 측 요청을 전격 받아들였고 건물 규모도 당초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6.940여㎡에서 지하 2층, 지상 5층에 1만900여㎡로 커졌다.
올해 7월 완공 목표로 했던 공사는 2005년 11월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불거지며 꼬였다. 과학재단은 황 교수에 대한 최고과학자 지위가 박탈된 2005년 12월 30일 서울대에 사업비 집행 중지를 통보했다. “연구 계획을 거짓으로 꾸미거나 연구 책임자에게 문제가 있으면 연구비를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수의대 학장과의 협약이 근거였다.
지난해 4월까지 근근이 공사를 이어가던 서울대는 지난해 7월 이장무 총장이 취임하면서 총 57억7,000만원을 재단에 돌려줬다. 이후 11월 말 시공사 S건설과 최종 공사 중단 계약을 맺으면서 연구동 계획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서울대는 뒷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 양 연구처장은 최근 청와대, 과기부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황 전 교수가 물러났지만 이병천 수의대 교수 등 연구진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국 처장은 “그냥 묻어버리는 데도 수 십억원이 드는데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하느냐”고 전했다.
정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묻자니 안타깝지만 예산 지원을 했다가는 “황 전교수를 또 지원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지 몰라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