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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소통 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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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소통 불능

입력
2007.01.0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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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드물게 신문지상에서 발견하게 되는 '노무현 옹호론'은 흥미롭거니와 반갑다. 희소성 때문에 흥미롭고,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반갑다. 훗날 이게 '소통 연구'의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 그런 옹호론을 열심히 수집해 자료 파일에 담아두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면서 늘 경이롭거니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대부분의 '노무현 옹호론'이 노 대통령을 도우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치기 위해 쓴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이 그런 글을 읽으면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한사코 자기성찰을 거부할 터이니, 그런 옹호론은 노 대통령에게 '보약(補藥)'이 아니라 '독약(毒藥)'이라는 역설이 가능해진다. 일일이 필자들의 실명을 밝히면서 어떤 주장이 독약이라는 걸 지적하면 좋겠지만 지면관계상 그건 훗날의 작업으로 미루고, 여기선 그 핵심만 말씀드리겠다.

● 반갑고도 안타까운 노무현 옹호론

왜 노 대통령 지지도가 한자리수에서 10%대를 오락가락하고 있는 걸까? 옹호론은 이 원인 규명에 소홀하거나 '보수신문ㆍ야당 탓'을 한다. 그밖에 제시되는 이유라는 것도 옹호자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몇가지일 뿐이고 그걸 사소하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는 매우 부당하다는 논지를 편다.

'보수신문ㆍ야당 탓'은 타당한가? 그건 사실상 많은 국민이 보수신문ㆍ야당에게 놀아났다는 걸 전제하는 것으로 오히려 국민을 화나게 만드는 자해(自害)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았을 땐 보수신문ㆍ야당이 죽었었나? 이라크 파병,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번복, 한미 FTA 등 중대 사안들은 모두 보수신문ㆍ야당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는데, 오히려 그 지지가 문제였다는 비판을 하는 게 더 이치에 맞는 게 아닐까? 서로 약을 바짝 올려가며 감정적인 싸움을 해놓고, 상대편의 행태만 문제삼는 게 온당한가?

아직까지도 '상고 졸업' 운운하면서 노 대통령의 아웃사이더 위상ㆍ기질과 이와 관련된 유권자들의 심리 상태를 주요 이유로 드는 옹호론도 있다. 이는 '유권자 모독'이다. 노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돌아선 사람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규모가 전체 유권자의 30%가 넘는다.

노 대통령의 '말'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그걸 사소하게 여기는 옹호론은 그 문제가 '거칠다'는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독선과 오만'이라는 알맹이의 문제라는 걸 외면하고 있다. 우리 인간이 화를 내는 경우는 많지만, '소통 불능' 상태만큼 화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일도 드물다.

그것도 권력자가 도덕적 우월감을 앞세우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면서 자기 정당성을 스스로 챙기는 언행을 집요하게 남발할 때엔 공정한 업적 평가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이 경우에 누구를 먼저 탓해야 하고 무엇을 먼저 바로잡아야 하겠는가?

● 권력자의 우월감은 파괴적 아집

이런 옹호론의 문제는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헤매는 이유와 상통한다. 그건 바로 '소통 불능'이다. 남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없이 자신이 미리 만들어놓은 '정답'에 따라 남과 세상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습관이 낳은 비극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선(善)과 정의(正義)를 대변한다는 자세를 취하니, 많은 사람들이 기가 질려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그런 습관은 낮은 곳에서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 발휘될 때엔 '아름다운 소신'일 수 있지만, 높은 곳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발휘될 때엔 '파괴적인 아집'이 된다.

그럼에도 옹호는 필요하다. 그 핵심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소통 불능' 상태가 한 개인이나 소수집단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의 굴곡 많은 역사의 업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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