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역색 희석… 당선 가능성 높은 與주자 나오면 변할 수도
금년 대선에서 지역주의 투표 성향은 과거보다 엷어질까.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지역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과연 이 같은 현상이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역주의 투표 성향은 여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색 희석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호남권에서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주자 지지율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호남에서 무려 20.8%를 얻었다. 고건 전 총리의 34.0%에 이어 2위다.
호남에서의 한나라당 지지율도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9.3%에 달했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14.8%나 됐다. 두 차례 지난 대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호남에서 얻은 표가 각각 3.3%(15대) 4.9%(16대)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변화가 크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12월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냐 여부다. 하지만 아직 예단키 어렵다. 지금은 여권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아 대선 구도의 윤곽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주의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결 구도”라며 “지금은 구도가 정해지지 않아 호남 표심이 밀어 줄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색 희석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기획’의 박성민 대표도 “이 전 시장에 대한 호남 지지는 현 정권에 화난 호남 민심이 가 있는 것으로 유동적인 것”이라며 “언제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권 주자가 나오면 되돌아갈 표심”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대구ㆍ경북에서는 한나라당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 합계가 80%에 육박하고 있다. 영남표의 결집력은 이미 높아져 있어 지역 투표 성향이 재연될 가능성도 다분한 셈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지역주의 강도는 과거보다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성민 대표는 “과거에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각 영남과 호남을 중심으로 최소 25% 가량의 지지층을 확보했던 때와 달리 차기 주자들의 고정표는 15% 미만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지역 총결집 현상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도 “과거처럼 지역 맹주가 있어서 감성에 바탕을 둔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② 세대간 대립구도 완화/ 20·30代 "한나라 지지" 응답 우리당 지지의 2.5배
2002년 대선에선 40대를 경계로 신ㆍ구세대의 지지 후보가 확연히 갈렸다. 대선 직후 미디어리서치 분석 결과, 20, 30대 가운데 약 60%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고, 30%만이 이회창 후보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투표율 차이를 감안한다 해도 세대간 대립 구도가 승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도 ‘30대 이하=개혁 후보, 50대 이상=보수 후보’라는 세대간 대결 구도가 형성될까. 각종 여론조사의 연령별 정당 선호도를 보면, 20대와 30대의 여당 지지율이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 하지만 20, 30대 젊은층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지지율보다 2.5배 이상 높게 나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민 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19살 새내기 유권자를 포함한 20대의 표가 여권에 몰리는 경향은 희석될 것”이라며 “이른바 운동권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요즘 젊은 세대는 친구, 선배보다 부모에게서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도 “20대는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는 소위 이념적 자유주의 성향을 보이는 데다, 경제와 관련해선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투표 성향을 예측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40대 표가 한나라당으로 쏠릴 것이냐 아니냐가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40대는 이념적으론 진보에 가깝지만 참여정부 들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탓에 여권에서 등을 돌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③ 보·혁 대립구도 약화/자칭 진보 유권자 黨지지도 '한나라 > 與 > 민노당'
전통적 의미의 진보ㆍ보수 대립 구도는 상당히 약해지겠지만, 사회경제적 현안을 둘러싼 이념적 차이가 투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진보ㆍ보수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5일까지 실시한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진보’로 규정한 응답자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자는 26.6%로 열린우리당 지지자(25.1%)보다 약간 많았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는 19.3%에 그쳤다.
진보층의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2.7%로 가장 높았고, 고건(16.2%) 전 총리, 박근혜(10.6%) 전 한나라당 대표 순이었다. 열린우리당 대선주자인 정동영(3.0%) 전 의장이나 김근태(0.9%) 의장을 지지하는 진보성향 유권자는 극히 소수였다.
전문가들은 대북관을 중심으로 한 추상적 이념 대립은 약화할 것으로 보면서도 부동산과 교육, 수도권 집중, 비정규직 문제 등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현안에선 이념적 지향의 차이가 일정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로 규정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양극화 해소를 포함해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 대선주자 위크포인트
신년 여론조사의 여러 지표들을 유심히 보면 대선주자들의 취약지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모든 연령층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독주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충청도에선 상대적으로 약세이다. 12월 말 2차례 실시된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그는 충청권에서 24.7%(1차), 28.3%(2차)를 얻는데 그쳤다.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7.8%, 30.3%)에게도 박빙의 차이로 뒤진 수치. 정가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가 충북 옥천에 생가가 있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후광 효과를 보고 있는데다 이 전 시장이 과거에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서울과 부유층ㆍ고학력층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지역 지지율이 모두 10% 초반대를 맴돌았다. 호남 지역 지지율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교육 수준별로 보면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층에서 14.2 %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중졸 이하(30.7%) 고졸 (22%)의 지지율과 대비된다. 또 박 전 대표는 월 평균 소득 ‘400만원 이상’의 부유층에서 유일하게 한자리수 (9.4%) 지지율을 기록했다.
고건 전 총리는 40대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40대의 지지율은 8%대에 불과했다. 20대(13.8%) 30대(14.9%) 50대(12.6%) 60세 이상(17.5%)에서 지지율과 비교하면 40대 지지율만 분지처럼 가라앉은 셈이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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