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원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땀 흘려 수출로 벌어들인 소중한 외화가 해외여행이나 기술사용료로 허무하게 빠져나가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가 상품수지 흑자를 깎아먹는 정도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 적자액은 168억8,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수출과 수입의 차액인 상품수지 흑자액 272억6,000만 달러의 61.9%에 달했다. 서비스수지 적자의 상품수지 흑자 잠식률은 2004년 21.4%에 불과했으나 2005년 41.8%로 높아졌으며 지난해에는 12월을 포함하면 연간으로 7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외환보유고의 급증으로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이 위기를 겪는 상황을 감안하면 서비스수지 적자의 확대가 환율안정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수지 적자의 내용이 좋지 않다. 소모성 경비인 여행수지 적자가 무려 116억4,000만 달러로 서비스수지 적자의 69%를 차지하고 있고, 해외 기술 사용에 따른 로열티 지급액이 23억7,000만 달러나 돼 수출을 많이 해도 남는 게 없는 '하청 수출'구조가 여전했다.
반면 외국 기업이나 주식에 대한 직간접 투자수지는 255억1,000만 달러 적자(해외투자가 해외자본 유입보다 많으면 적자로 표시)로, 2,3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감안하면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 등 만성 경상수지 흑자국은 주도 면밀한 해외투자를 통해 환율안정과 세계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의 일석이조를 얻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회성 여행경비 비중이 너무 높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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