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필 사건이 신문지상에 불거져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옴쭉거려진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십여 년 전, 대필을 해서 용돈과 생활비를 충당했던 적이 있었다.
주로 정치인들과 예비 정치인들의 자서전을 써주는 일이었다. 소형 녹음기로 두 시간가량 인터뷰를 한 후, 반지하 자취방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어느새 뚝딱, 한 사람의 인생이 거기, 갈음되어 있었다. 다른 아르바이트도 많았지만, 대필 아르바이트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 일이 쉬웠기 때문이었다.
뭐 대충 '그 험난한 역경 속에서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반독재투쟁에 초개같이 목숨을 내던지고' 따위의 문구들을 넣어주고 조립하면, 의뢰인들은 반색하며 덤으로 보너스까지 주곤 했다.
그러니, 그 달콤한 유혹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반성까진 몰라도 어떤 회의 때문에 그 일을 그만두었지만, 대필을 접은 다음에도 의뢰인들의 얼굴은 종종 텔레비전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내 의뢰인들은 '초개같이' 거의 대부분 구속 수감되었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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