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은 오가는 여야 정치인들로 문턱이 닳아 없어질 듯했다. 2일까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제외하고는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DJ를 찾았다. 내놓고 이야기 하진 않지만 DJ의 ‘호남지분’을 얻기 위해서거나 최소한 비토의 대상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정가에선 DJ가 이번 대선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다.
DJ는 새해 첫날 김근태 의장과 고건 전 총리의 예방을 받고 신년 덕담을 했다. 그리고 2일에는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각각 동교동을 찾았다. 특히 이 전 시장이 개인적으로 DJ를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대선을 앞두고 DJ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앞서 지난달 30일 DJ를 예방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동교동을 방문한 정 전 의장에게 “전통적 지지층을 회복해야 여당이 살아날 수 있다”면서 “지도자가 되는데 공짜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찾아온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임 때) 국무회의에 8개월동안 참석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보니까 인기가 아주 좋던데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최근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상승세인 이 전 시장에게 “호남은 영남에 비해 열려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에는 2일까지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 원희룡 의원 등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주로 다녀갔고, 여권 주자 가운데는 고 전 총리가 새해 첫날 YS를 예방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