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료원 이동구(61) 원장은 지역 의료원 개혁의 전도사다. 한때 ‘잘 나가는 의사’였던 그는 1998년 7월 13년째 운영하던 개인병원 문을 닫고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대구의료원장을 맡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기 3년의 원장직을 3번째나 맡고 있는 지금 대구의료원은 8년 연속 최우수 의료기관으로 우뚝 서 있다.
전국 지방공기업 공채 1호였던 이 원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상상을 초월했다. 첫 조치는 23명의 의사 모두로부터 사직서를 받고 퇴직금을 지급한 후 계약직으로 전환한 것. 또 취임 첫 해인 98년 한해 2억원의 적자가 났지만 직원들에게 연말 보너스를 한푼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흑자로 전환시켜 버렸다. 이는 대구지역 의료계에 파문을 일으켰지만 대구의료원은 경영혁신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채찍만 휘두른 것은 아니었다. 여러 진료 과목을 본관으로 모으고 진료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면서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를 갖춰나갔다. 이에 따라 진료 수입은 28%, 환자수는 15%나 각각 늘어났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 자신은 판공비를 반납하고 전용 운전기사는 앰뷸런스를 몰도록 하는 등 월급 외 어떤 혜택도 받지 않았다. 또 의료원내 비정규직 52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꾼 데다 2003년부터 4년 연속 노조와 함께 ‘노사평화’를 선언하는 등 노사문화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6월 전국 34개 의료원과 6개 적십자병원 등 40개 의료기관의 연합체인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 원장은 의료원을 지역 특성에 맞게 특화하는 데도 선두에 서 있다.
그는 올 4월 240병상의 대구시립치매병원과 11월말 412병상의 특수질환전문센터 등을 개설, 대구의료원을 1,050 병상으로 탈바꿈시키면 대도시 의료원의 모델로 키울 생각이다.
또 광산지대인 강원 삼척에는 폐질환 전문병동을 세우고 도시 규모에 비해 민간병원이 없는 충남 홍성과 서산에는 일반환자에 대한 진료를 강화키로 하는 등 지역 의료환경을 최대한 우선 고려할 방침이다.
“중증 장애인과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중풍, 치매 환자 등 일반 병원이 꺼려하는 환자들의 경우 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 의료기관이 책임지고 치료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습니다.”
공공의료부문 개혁에 대한 공로로 2001년 대통령과 감사원장 표창, 2002년 국무총리상에 이어 2005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 이 원장은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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