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반도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1일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는 뉴스가 국제면에 조촐하게 실렸다. 두 나라는 떠들썩한 자축행사로 새해를 맞았다지만 외부세계는 큰 감흥을 느끼지 않는 듯 하다.
1990년대 초 서유럽 중심의 EU가 탄생했을 때 국제 세력균형을 흔드는 역사적 변화를 예상한 것에 비하면 EU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진 걸 실감한다. 2년 전 중동부 유럽 10개국이 동시가입하면서 "통합의 폭이 넓어진 만큼 깊이는 얕아질 것"이라던 진단이 정확했던 셈이다
■ 옛 동구권에서도 못 사는 축에 속했던 두 나라가 EU에 거는 기대는 크다. 루마니아 대통령은 "환희에 찬 미래를 향한 길에 올라섰다"고 선언했고, 불가리아 대통령은 "나라 역사상 가장 꿈 같은 순간"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27개 EU 회원국 인구의 6%를 차지하는 두 나라의 GDP를 합쳐도 EU 전체의 1%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상징하듯, 가난한 이웃과 담을 허물고 더불어 사는 것을 진정으로 반기는 이는 드물다. EU는 두 나라의 낮은 경제수준과 심각한 부패 및 범죄 등을 이유로 회원국 수용을 미루다가 6년 만에 여러 조건을 붙여 받아들였다.
■ EU가 표방한 이상 가운데 핵심은 사람과 상품의 자유로운 내왕이다. 그러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값싼 노동력이 쏟아져 들어올 것을 꺼리는 선진 회원국들은 당분간 엄격한 장벽을 유지할 계획이다. 또 부패와 범죄 대책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정책 평가와 권고를 하게 된다.
회원국 가입에 따라 각종 지원금을 받는 대가로 EU가 요구하는 여러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두 나라가 그야말로 환희작약하는 것은 열등하고 못 사는 나라의 비애를 느낄 여유조차 없는 탓으로 볼 만하다.
■ 그러나 이런 비애를 애써 감추지 않은 나라도 있다. 2004년 회원국이 된 폴란드는 기대한 만큼 경제적 혜택을 얻지 못하자 불만과 비애를 토로했다. 이와 함께 EU보다 나토(NATO)를 통한 미국의 안보전략에 적극 협력, 반대급부를 얻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인접국 독일 프랑스 등이 안보와 에너지 분야 등에서 오랜 적대국 러시아와 긴밀하게 연대하는 것에 본능적 경계심을 갖는 때문이지만, 열등국가의 비애와 소외를 딛고 국가적 활로를 찾는 노력이다. 우리는 그들보다 사는 형편이 낫지만 전략적 열등국가의 비애를 느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