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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서 취업준비생까지 연말연시 성형외과行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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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서 취업준비생까지 연말연시 성형외과行 붐

입력
2007.01.0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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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오모(29ㆍ여)씨는 4년 동안 교제해 온 남자친구와 이별을 해야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오씨는 기분 전환 차 지난 연말 사주카페에 들렀다가 “눈 밑에 난 점이 눈물(불운)을 먹고 자라는 점” 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것도 눈물점 때문인 것 같아 최근 피부과에서 탄산가스 레이저로 점을 뺐다.

고모(30ㆍ여)씨는 친구들 사이에 관상(觀相)성형 마니아로 통한다. 결혼을 앞둔 고씨는 1년 전 “눈꼬리가 남들보다 처져 부부가 생이별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눈매를 새로 만드는 수술을 받았다. 고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귓불이 작아 재운이 없다” “쌍꺼풀이 없어 자식 운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고액을 들여 성형수술을 받았다.

연말연시 한 해의 운세를 알아보다 전해 들은 불운의 씨앗을 인위적으로나마 바꾸기 위해 관상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관상성형은 관상학적으로 봤을 때 부족한 얼굴의 부분을 성형수술로 고쳐 재물 운, 애정 운, 취업 운을 높이려는 것을 말한다.

초이스 피부ㆍ성형외과 최광호 원장은 “최근 ‘관상을 좋게 하려 한다’며 특정 부위의 점이나 주름의 교정을 요구하는 환자가 평소보다 20% 이상 늘었다” 며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좋은 인상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겹쳐 관상성형을 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나이 지긋한 부모가 취업과 결혼을 원하는 자녀의 손을 끌고 와 성형을 문의하는 경우도 꽤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 CEO, 예비 정치인도 관상성형의 단골고객 명단에서 빠지지 않는다. 외국계 IT 네트워킹 회사에서 영업을 하다 이 회사 한국지사장으로 발령받은 유모(48)씨는 “영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아무래도 저돌적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다” 며 “관리자가 됐으니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미간 주름 제거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박모(42)씨도 좁은 이마가 명예 운을 가로막고 있다는 말을 듣고 다음 선거를 생각해 수술을 받았다.

관상성형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서울의 한 성형외과가 병원 홈페이지를 방문한 성인 남녀 2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관상을 위해 얼굴을 고칠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63%가 긍정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어렵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을 피하고 쉽게 목적을 달성하려는 풍조가 만든 왜곡된 모습” 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행복 찾기 신경정신과의원 이창한 원장은 “닥치는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해결하기 보다 수술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이용해 상황에 대처하려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며 “자칫 관상성형에 중독돼 불필요한 수술을 계속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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