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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호라이즌(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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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호라이즌(horizon)

입력
2007.01.0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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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라는 외딴 섬이 있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통영 부둣가에서 남남서로 뱃길 32㎞. 36개의 섬이 하나의 면을 이루고, 9개 유인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해발 392m(서울 남산 262m) 천황산이 그 섬의 전부다.

산에 올라서면 사방이 수평선이다. 그 너머 미지의 세상만 그리며 살아왔다. 그 곳은 옛날 헛된 욕심을 꿈꿨던 자들의 귀양지이기도 했다. 먼 데 소식을 알고 싶을 때면 천황산에 올랐다. '알고 싶어서' 욕지(欲知)가 되었단다. 욕심의 '욕(慾)'에서 '심(心)'이 빠진 것은 '사심(私心) 없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 수평선 너머 이상향이 <유토피아(utopia)> 다. 영국 정치가이며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1478~1535)의 공상소설로, 1516년 라틴어로 씌어졌으나 사망 후 영어로 간행돼(1551) 유명해졌다.

한 선원이 항해 도중 들른 섬에서의 경험담이라지만 유토피아는 희랍어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산업혁명 급진전과 제국주의 풍조 때문에 황폐해지고 골병 들었던 당시 유럽사회의 반면상(反面相)을 그렸다. 신의 은총에 의해 인간은 선천적으로 행복할 수밖에 없는 권리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수평선 너머에서만 실현된다는 의미다.

■ 지평선 저 쪽의 낙원은 '샹그릴라(Shangrila)'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턴(1900~1954)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ㆍ1933)> 에 묘사된 곳으로 히말라야 산맥 속 어느 마을의 이야기다.

샹그릴라는 티벳어로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인데, 만년설에 덮인 에베레스트산 속엔 존재할 수 없는 '푸른 계곡이 펼쳐진 무릉도원'이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공황의 여파로 사회는 종교와 이념과 파벌로 갈갈이 찢어지고 생명마저 경시되던 상황이었다. 주인공이 비행기를 타고 지평선을 넘어가 실제 경험했다고 기억하는 내용이다.

■ 호라이즌(horizon)은 수평선과 지평선을 함께 일컫는 말이고, 희랍어로 '한계(限界)나 한정(限定)'이 어원이다. 다가갈 수 있는 곳과 그럴 수 없는 곳의 경계가 그것이다. 유토피아나 샹그릴라는 살아선 갈 수 없는 천국이나 극락을 상상한 것이 아니다.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비판을 근거로 그것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와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

수평선이든 지평선이든, 호라이즌 저 쪽에서 이 쪽으로 넘어오는 일출을 본다. 행복이라는 천부의 기본권을 지키고 화해와 통합을 꿈꾸며 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새해를 시작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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