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가꿔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사회가 강요하는 인생의 정해진 코스를 부정하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다른 이는 "이대로 회사에 있다가는 10년 후에 용도폐기 될 게 뻔하다"며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경쟁력 쌓기에 여념이 없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일하며 공부하는 샐러던트(Saladent)가 늘고 있다. 트리플30 사회에서 행복한 삶은 충분히 준비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의 몫이다.
민지연씨 "나만의 무기 갈고 닦는중"
2004년 8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민지연(28ㆍ여)씨는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딸'이었다. 고3을 마친 1998년 성균관대 아동학과에 들어갔고, 대학 시절 내내 한 눈 파는 일 없이 열심히 공부해 2002년 8월 졸업했다.
그는 졸업 2개월 전 국내 유명 카드회사 입사를 확정해 놓았다. 몸이 아파 대학 시절 한 학기 쉰 것을 빼면 인생의 정해진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민씨는 그러나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걸어온 길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금 세상에 눈을 뜨게 됐다. 그는 "일 잘하는 여자 선배들이 육아 문제로 고민하고 남자 들과의 보이지 않는 차별에 마음 고생하는 것을 보며 10년 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착잡했다"고 했다.
직장인, 특히 여성의 운명은 조직의 일원으로 죽어라 일하다 어느 때가 되면 용도폐기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물론 극히 소수의 예외는 있지만 말이다.
고민 끝에 그는 "전문가만이 살아 남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견고하게 쌓기 위해 대학원을 택했다. 그는 2004년 8월 회사를 나와 같은 해 9월 성균관대 대학원(아동학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
"부모님 반대는 말도 못했다. 올 2월 대학원 졸업을 앞둔 지금도 '회사 다시 다니라'고 하실 정도다. 회사 울타리를 떠나 혼자 서 보겠다고 하는 내가 안타깝고 못 미더우신 것 같다."
학비는 다녔던 회사에서 번 돈과 아르바이트로 해결했다. 사귀는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 비용도 "땀 흘려 번 내 돈"으로 충당한다. 그는 "회사 관두고 학교 다닌다고 하면 대부분 우리 집이 잘 사는지 안다"며 " 또 '일하기 싫어 편하게 시간 보내다가 결혼이나 할 사람'으로 평가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럴 거라면 아예 골치 아픈 대학원도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연말 전공 관련 석사 학위 논문이 통과된 그는 현재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에서 연구조교로 일하며 본격적인 아동 전문가의 길로 들어설 경험을 쌓고 있다.
그는 "결혼은 급할 게 없다. 내 목표에 어느 정도 답이 보일 때쯤 해도 늦지 않다"며 "지금 가장 큰 과제는 긴 인생을 살아갈 나만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장재혁씨 "하고싶은 것 실컷 할래요"
장재혁(27)씨는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살아왔다. 남다른 그의 행적 또한 무척 복잡하면서도 흥미롭다.
1999년 그는 "공부가 재미 없어서" 영남대 1학년을 마치고 중퇴했다. "군대에 가고 싶어서" 2000년 3월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그는 "군 생활이 너무 재미 있어서" 이듬해 상병에서 하사관을 지원했다.
2003년부터 그는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서" 군인 신분으로 2년제 전문대학인 포항1대학의 야간 관광비즈니스과를 다녀 졸업장을 땄다.
2005년 제대 후에는 "그냥 외국에 가고 싶어서" 호주 시드니로 훌쩍 떠났다. 1년 동안 호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실컷 놀았다는 그는 "다른 공부가 하고 싶어서" 2007년 2월 시드니에 있는 2년제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남들은 이런 장씨를 보고 "팔자 좋다"고 말한다. 또래들은 모두 취직 준비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그는 놀 궁리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군대 간 뒤로 지금까지 부모님께 손 한 번 벌려 본 적 없다.
대학은 하사관 월급으로 다녔고, 호주에서는 하사관 시절 모은 돈과 현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번 돈으로 생활했다. 팔자 좋은 젊은이는 부모님 돈만 믿고 놀기만 하는 철없는 사람이나 해당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인생에 마치 모범생 코스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강요하는 사회가 싫다"고 말했다. 때 되면 대학가고, 졸업해 취직하고, 또 때 되면 결혼하고 아기 낳는 식의…. "대학 졸업하면 바로 취직해야 한다며 안달하는 친구들 보면 불쌍하다.
과연 자기 전공과 적성을 살려 취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하다. 하고 싶은 것 실컷 하고 배우고 싶은 건 맘껏 배운 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연말 잠시 귀국한 그는 7일 호주로 떠난다. 시드니에서 제빵ㆍ요리를 배울 그의 올해 첫번째 목표는 외국 대학생활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평소 꿈꿔온 스카이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장씨는 "남들 눈에는 제멋대로 산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렇게나 살아온 건 절대 아니다"며 "길고 긴 인생 지금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다. 충분히 준비한 사람만이 세상을 품고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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